11월의 두배 넘어…재고과잉·수주감소 심각
중소기업 공장 가동률 카드대란 이후 최저
중소기업 공장 가동률 카드대란 이후 최저
내수 침체에다 수출마저 뚜렷한 둔화세로 돌아서면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생산중단에 들어갔다고 공시한 업체는 모두 17곳으로 9월 4건, 10월 7건, 11월 7건에 견줘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삼성에스디아이(SDI)를 제외하면 모두 중견·중소기업들이다.
모터사이클 생산업체인 에스앤티(S&T)는 지난달 30일 적정재고 수준 유지를 위해 창원공장의 가동을 이달 9일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오토바이 및 관련엔진을 생산한다. 일진다이아몬드 역시 같은 이유로 충북 음성공장의 조업을 한 달 동안 중지한다고 30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화장지 제조업체인 모나리자가 화장지 생산공장의 조업중단을 선언했다. 모나리자 관계자는 “재고자산 과다로 조업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언제 재가동에 들어갈지는 아직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동양기전은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단축 여파로 재고를 조정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인천·창원·익산 공장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속도계 생산업체인 피에스텍도 발주량 감소로 지난달 15일부터 김포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주식을 상장한 기업은 전체 생산의 10% 이상을 담당하는 공장에서 가동을 중단할 때는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어려운 비상장 중소기업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중소 제조업체 1400여곳의 지난해 11월 설비 가동률은 67.1%로, 10월의 68.9%보다 1.8%포인트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대란으로 경제가 휘청이던 2003년 9월의 66.6% 이후 5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파산도 잇따라 지난해 1월~11월, 7대 도시 부도업체 수는 2007년 같은 기간에 견줘 19% 늘어난 1093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조사한 올 1월 경기전망 조사에서 ‘업황전망건강도지수’는 60.1을 기록해 2002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았고, 지난해 1월 89.6에서 1년새 무려 29.5나 떨어졌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면 중소기업 가동률은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거나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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