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협상 결과 설명하는 김종훈 =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외교통상부에서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설명한 후 자리를 뜨고있다. 연합뉴스
[한-미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분석]
30개월 미만 등뼈·내장 등 광우병 위험 부위 수입 가능
30개월 미만 등뼈·내장 등 광우병 위험 부위 수입 가능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을 통해 국민의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개월령 쇠고기 교역 금지가 미국 수출업체의 자율적 방식인 품질 체계 프로그램(QSA)에 기반해 있는데다, 30개월 미만의 경우 등뼈와 내장 등 광우병 위험이 큰 부위는 여전히 수입이 가능하다. 또 검역주권도 완벽히 찾지 못한데다, 수입 위생조건의 독소조항들을 전혀 수정 하지 않아, 수입 위생조건의 본문과 부칙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 ‘한국 QSA’ 믿을 만한가 = 정부가 ‘한국 QSA’(한국 수출용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 프로그램)라고 밝힌 프로그램은 미국의 수출 업체가 한국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수출하기로 하고, 이를 미국 농무부 농산물 유통국이 승인·감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출업체가 생산한 쇠고기의 수출위생증명서에는 ‘한국을 위한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에 따라 검증된 작업장에서 생산되었다’라는 문구가 게재되고, 이를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이 확인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우리 검역당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위생증명서가 첨부되지 않은 쇠고기는 반송 조처한다. 하지만 ‘한국 QSA’ 프로그램의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국 QSA’는 미 정부가 강제적으로 규율하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과는 달리 전적으로 미국 수출업체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이 프로그램은 애초 미국 내수용 농산물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미 농무부가 감사를 한다지만 1년에 1~2회 정도의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국 QSA’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임을 입증하는 수출위생증명서가 없으면 반송 조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한국 QSA’에 따라 30개월령 연령 구분이 정확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일단 가공 과정을 거쳐 국내로 수출된 뒤에는 우리 검역 당국에서 연령을 구분할 방법은 없다. 2006년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한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 미국 수출업체가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명시된 절차를 밟아 수출할 때도 검역 과정에서 등뼈 2번, 갈비 통뼈 6번, 다이옥신 1번, 뼛조각 163번, 이물질이 19번 발견된 바 있다. 따라서 수출증명(EV)보다 실효성이 낮은 ‘한국 QSA’로 미국 수출 업계를 규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등뼈, 내장은 그대로 =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르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지만 국민들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30개월 미만 소의 뇌·눈·머리뼈·척수는 한국 수입업자의 주문이 없는 한, 수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수입업자가 수입을 요청할 경우에는 받아들여야 한다. 수입 자율 규제에 참가한 국내 업체는 120곳에 불과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되면 1천개 이상 업체가 수입을 하겠다고 의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뇌·눈·머리뼈·척수 등을 수입할 업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뇌·눈·머리뼈·척수는 과거에도 수입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수입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원칙상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틴 미국을 설득해 이런 조처를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30개월령 미만이면 등뼈가 들어간 티본 및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용 쇠고기는 여전히 수입이 가능하고, 내장 역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인 회장원위부(소장끝)만 제거되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장에서 회장원위부가 제대로 제거됐는지 검사할 정확한 검역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학교급식에서도 사용금지 중인 선진회수육(AMR)도 수입금지하지 못했고, 사골뼈·골반뼈·꼬리뼈 등도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 검역주권도 완전히 회복 못해 = 정부는 4월 18일 합의한 수입 위생조건에서 다소 애매하게 표현돼 있는 ‘미국내 작업장에 대한 샘플 조사’에 대해서는 의심되는 작업장을 우리 정부가 지정해서 점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고 밝혔다. 또 ‘2회 이상 식품안전 위해가 발견된 경우 해당 작업장은 개선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수입중단 조치될 수 있다’는 부분도 중단 조처의 주체 및 절차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한국의 수출 중단 요청시 미국이 반드시 수용토록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출 작업장 승인권을 수입 위생조건 발효 90일 뒤부터는 미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한 독소조항은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 조정해야만 수입을 중단시키도록 한 ‘검역주권 침해 조항’도 삭제하지 못했다.
정부는 추가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을 수입 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해, 실효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된 수입 위생조건 본문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기 때문에, 본문과 상반되는 법적 충돌 문제가 생긴다. ‘미봉책’ ‘땜질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내용과 거리다 멀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라며 전면 재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내용과 거리다 멀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라며 전면 재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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