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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산은지주회사가 60조? 전문가도 ‘갸웃’

등록 2008-01-09 19:28수정 2008-01-10 01:17

산업은행 본점 건물 전경
산업은행 본점 건물 전경
인수위 ‘산은 민영화 방안’ 의문점
산은투자은행-대우증권 따로 둘때 가치없어
“증권사나 금융투자회사 형태 합리적” 지적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불분명한 대목들이 많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인수위의 방안은 산업은행 투자은행(IB) 부문과 대우증권을 묶어 ‘산은 지주회사’(가칭)를 만든 뒤, 이 지주회사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뼈대다. 인수위의 방안이 ‘대형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목적에 적합한지, 새 지주회사가 인수위의 계산처럼 60조원의 가치가 있을지, 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있을지 등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과 대우증권의 관계는?=불분명한 대목 중 하나가 산은과 대우증권의 관계다. 인수위는 “산은의 지식과 네트워크를 대우증권의 투자사업과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의 단계별 방안을 보면 2단계까지도 산은은 ‘현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두 기관이 별개 법인으로 존재하는 그림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 기관을 합친다는 것인지, 각각 놔두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기관이 합병하지 않는다면 ‘토종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허대훈 엔에이치(NH)증권 연구원은 “하나로 합쳐져야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계열사 간의 시너지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인수합병(M&A) 자문과 외국 채권 발행 등에, 대우증권은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새 지주회사 가치는?=인수위는 지주회사의 가치를 60조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다. 먼저 지분 49%를 20조원에 재무적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하고, 이후 51%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전략적 투자자에게 40조원 정도에 판다는 구상이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산은 자기자본이 18조원인데 이것의 두 배로 잡고 산은이 보유한 현대건설 등 주식 20조원을 합쳐 60조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단순히 계산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사실 그 정도 가치가 나올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산은 투자은행 부문과 대우증권을 합쳐 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킨다면 모르겠지만, 따로따로 놔둔다면 그 정도의 가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가상도)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가상도)

이렇게 높은 가격에 투자할 재무적 투자자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40조원을 동원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증권사 기획 담당 본부장은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그 정도 매물을 살 수 있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정도가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산분리가 풀릴 경우 산업자본이나 연기금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지주회사가 투자 가치가 있다는 점이 확실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은행인가 증권사인가?=지주회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갖는 은행 지주회사인지, 증권사 중심 지주회사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문제는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내고 남는 산은의 투자은행 부문을 ‘은행’으로 만들지 ‘증권사’(또는 자본시장통합법 상의 ‘금융투자회사’)로 만들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인수위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금산분리 완화는 한데 묶여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은행에만 적용된다. 인수위 발표는 산은 지주회사가 은행 지주회사라는 의미이고, 따라서 지주회사 아래 은행을 계열사로 두겠다는 것이다. 인수위 발표는 산은을 은행 형태로 존치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산은이 ‘은행’이 되면 현재 하고 있는 투자은행 업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산은의 강점인 회사채 발행 업무가 대표적이다. 허대훈 연구원은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도 산은이 증권사나 금융투자회사 형태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양선아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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