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삼성 특검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삼성공화국 해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대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건희 회장 출금 등 ‘거침없는 행보’
한달 남짓 기간에 성과낼지 우려도
한달 남짓 기간에 성과낼지 우려도
청와대가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27일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로 된 4개 차명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전날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을 전격 출국금지한 데 이어 잇따라 거침 없는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조처는 특검으로 수사 주체가 바뀌기 전에 삼성의 비자금 의혹에 서 눈에 띄는 성과를 조금이라도 더 내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를 특검에 넘기면 삼성의 ‘떡값’ 의혹이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 비해 수사인력이나 수사기간 등의 제한을 받는 특검으로서는 수사가 어려운 비자금보다 성과를 내기 쉬운 로비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삼성의 로비 대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현직 검찰 총수가 특검의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삼성의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성과가 없으면 특검은 검찰 로비 수사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검찰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비자금 등에서 성과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처럼 삼성 비자금 의혹에 강한 수사 의지를 보임에 따라 비자금 의혹이 어느 정도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 비자금 의혹은 1998년 ‘세풍 수사’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2005년 ‘엑스파일’ 수사 때마다 불거졌지만 한번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세풍 수사 때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장이 “계열사 기밀비”라고 밝혔던 돈을 엑스파일 수사 때는 “이 회장 개인 돈”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하지만 특본이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가시적인 수사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삼성이 세풍 수사나 엑스파일 수사 때처럼 ‘기억이 안 난다’ ‘이 회장 개인 돈’이라고 잡아떼면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도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삼성이 증거인멸 등 철저한 대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삼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면 검찰로서는 낭패다. 대검의 한 간부는 “한번 압수수색한 곳은 다시 압수수색하기도 어렵다. 특본의 어정쩡한 수사로 오히려 특검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출국금지와 계좌 압수수색 등 최소한의 보전조처만 하고 수사를 특검으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검찰이 쉽게 물러설 수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검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생겼지만 수사를 하는 척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수용한 특검법안은 12월4일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별검사와 특검보 선정 등 준비작업을 고려하면 대선이 끝난 12월 말께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반드시 필요한 수사는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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