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앞에 2일 한국과 미국의 국기가 나란히 휘날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leej@hani.co.kr
[국내 각계 반응]
자동차 업체들 실익 예상보다 적을수도
자동차 업체들 실익 예상보다 적을수도
재계는 2일 오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미리 준비한 논평을 내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산업계도 협상 타결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으나, 일부 업종에선 예상했던 것보다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농민단체와 영화인들은 협정 이후의 피해를 크게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양국간 경제적 이익의 증진은 물론 한-미 동맹이라는 전통적 우호 관계를 한 단계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해 침체된 국가경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경제단체는 “한-미 에프티에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과는 최대화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국회비준 절차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성명에서 △한 해 1700만대의 자동차가 팔리는 세계 최대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소형 승용차 위주의 판매에서 소형화물 및 픽업트럭으로 신규시장 진출이 가능하게 된 점에 큰 의미를 뒀다. 자동차는 우리나라 전체 대미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속내가 편치 못한 곳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들은 애초 생각했던 것 만큼의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승용차에 물리는 2.5%의 관세를 없애면 한국차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관세철폐 대상을 배기량 3천cc 이하로 제한했을 뿐더러 원화절상과 현지생산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는 탓이다. 김정호 한국제약협회 국제협력팀장은 “복제약품 위주로 버텨온 국내 제약회사에는 막중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쇠고기, 감귤, 낙농, 축산, 과수, 채소, 무역구제 등 농업부문에서 어느 하나 지킨 것 없는 전대미문의 농업말살 협상”이라며 “400만 농축수산인들은 오늘을 ‘한국 농업 사형선고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아직 정확한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피해를 2조3000억원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며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가결된다면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더라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차장은 “직접 용역 조사를 한 결과 피해 규모가 6000억∼1조2000억원으로 예상됐다”며 “비준 저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군 횡성한우연구모임회 김병래(50) 회장은 “축산농가들이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횡성 명품한우도 불과 1년 사이 1만마리 가까이 사육 수가 늘어 타격을 받는 농민이 속출 할 것”으로 우려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의 양기환 대변인은 “영화뿐 아니라 방송·음반·시청각 분야를 포함한 전 문화 영역에서 문화·공공성·다양성의 가치는 외면당한 채 급격한 시장논리로 모든 것이 재단되는 현실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대선 이재명 김양중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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