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음은 일-한 타결 차례”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나프타) 발효 이후 최대 규모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소식이 1일 자정(한국시각 2일 오후 1시) 미국에 전해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협정 타결 직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협정 체결 의향서에서 “양국 동반자관계를 보다 증진시키고 미국 농민·축산농·제조업자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수전 슈워브 대표는 2일 성명을 내어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양국에 역사적 순간”이라며 “50년이 넘는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시키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실질적 참여의 의미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득실에 따라 미국 의회와 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소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해 온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몬태나주)과 소고기 업계는 “한국이 수입금지를 풀 때까지 한국과의 합의를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시장 문제는 미국 빅3의 이해가 엇갈려 업계의 최종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업계는 자동차 분야를 빼고는 합의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합의 결과의 득실에 따라 의회 비준 과정에서 자기네 뜻을 반영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왔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날 “양국이 기념비적 협정을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정은 미국에 아시아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보루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한국 농업분야에서 일자리 몇만개와 2조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합의가 양국의 레임덕 대통령들을 고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도 “두 지도자는 최근 핵심 의원들이 회의론을 밝힌 양국 의회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일-한 경제가 굉장히 긴밀화돼 있기 때문에 미-한 합의는 일본 경제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2004년 11월 이후 중단된 일-한 에프티에이 협상도 재개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과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자동차, 평면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대미 수출에서 한국과 경쟁관계인 일본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비교적 담담하게 사실 위주로 전했다. 선지루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경제망>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는 중국의 저비용 제조업 때문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이 계속 하강하고 있다”며 에프티에이를 통해 한국은 시장을, 미국은 영향력을 주고받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도쿄 베이징/류재훈 김도형 유강문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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