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어떤 영향
정부는 지난해 2월 공식 협상 개시 선언 때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철저하게 통상·경제문제로 다뤄왔다. 고위급회의에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 인사가 참여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정부뿐만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한-미동맹 등 외교안보 정세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한-미동맹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에 복합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동휘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를 ‘(안보+통상)혼합 목적형’으로 규정했다. 당장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핵심 지렛대인 개성공단 문제가 이번 협상의 핵심쟁점의 하나였던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우선 정부 쪽은 한-미동맹의 다원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인사는 2일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해 군사동맹에 치우친 양국 관계를 보완·다원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핵심 인사도 “이런 기대 효과를 잘 살려나가면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운신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관계보다 앞서가는 듯한 미-일동맹 강화 추세를 상쇄하고, 중국의 부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두면, 이번 협상 타결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미가 공식 협상 시작 10개월여 만에 전격 타결에 이르게 된 핵심 배경으로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는 한국 정부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동상이몽 속 이해일치’를 꼽았다. 실제 미 의회조사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략적 가치로 △한-미동맹 강화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제어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협상 타결을 동력으로 한 한-미동맹 강화 추세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동북아균형자론’을 내세워온 한국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 무리한 협상 타결이 오히려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타결 내용에 대한 사회 각 세력의 평가가 변수”라면서도 “국회의 비준 동의 검토 과정에서 오히려 반대운동이 격화해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미국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각이 더 심하게 분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도 “지금의 여론추세라면 국회가 정부 협상안을 비준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차라리 협상을 일시 중단하고 시간을 두고 풀어가는 게 한-미관계에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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