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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중 FTA…중국은 ‘재촉’, 한국은 ‘머뭇’

등록 2006-11-16 20:17수정 2006-11-16 21:34

<b>한-중 FTA 쟁점 ‘쌀’</b> 17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간다. 사진은 지난 3월 강원도 동해항에  도착한 중국산 쌀의 하역작업 모습이다. 동해/연합뉴스
한-중 FTA 쟁점 ‘쌀’ 17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간다. 사진은 지난 3월 강원도 동해항에 도착한 중국산 쌀의 하역작업 모습이다. 동해/연합뉴스
산관학 공동연구 합의에도 향후일정엔 시각차
중 “기회는 지금뿐” 한 ‘농산물도 미국도 부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간다. 최근 민간 공동연구를 끝마치고 내년초부터 협상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산관학(산업계-정부-학계) 공동연구를 시작하기로 양쪽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한 빨리 본협상을 시작하자고 재촉하고 있지만 우리 쪽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농산물이라는 아킬레스건, 미국과의 관계가 한국 쪽 걸음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아펙에서 “산관학 공동연구 시작” 발표= 두 나라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민간차원의 공동연구를 지난달 말 마무리지었다. 한국 쪽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중국 쪽에서는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DRC)이 참여했다. 두 나라는 오는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통상장관회담에서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산관학 공동연구 시작을 포함한 추후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애초 두 나라는 17일 한-중 정상회담 뒤 “산관학 연구 시작” 사실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통상장관회담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급’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상들이 발표할 경우의 상징성과 무게감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 쪽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산관학 공동연구를 시작한다는 데는 합의를 했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양쪽 견해가 엇갈린다. 중국 쪽은 산관학 연구를 1년 이내에 끝내고 본협상을 시작하자는 태도인 데 반해 우리 쪽은 “최소한 1년 동안 산관학 연구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본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자세다. 산관학 공동연구는 정부가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협상 예비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안하면 영영 못할 것” 압박하는 중국= “지금이 한국이 중국과 에프티에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몇년 지나면 우리가 입장을 바꿀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가 지난달 말 중국대사관 쪽 관계자를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다. 중국은 지난 2004년께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민간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중국은 내년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치면 2008년부터 2년 정도 협상을 진행한 뒤 2010년께는 협정이 발효되게 한다는 스케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게 에프티에이는 미국·일본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국과의 기술격차도 좁아져 가고 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 쪽 부담이 적어지고 있다.

“농산물도 걸리고 미국도 걸리고” 망설이는 한국= 우리의 최대 약점은 농산물이다. 이건태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장은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은 미국과의 협정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단순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들도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양쪽 합의하에 전체 품목의 10%를 개방 예외로 분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 또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건태 국장은 “우리 쪽에서는 농산물을 제외하고 중국 쪽에서는 자신들이 취약한 고급가전, 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껍데기뿐인 에프티에이, 정치적인 에프티에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쪽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애초 중국 쪽의 ‘구애’를 뿌리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시작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중 에프티에이가 가지는 정치적 함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북핵사태 등으로 미국과 여러 이슈가 걸려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부쩍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에프티에이에 득될까 실될까= 한-중 에프티에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곽수종 연구원은 “두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면 우리 쪽의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의 인력과 역량으로서는 한-미 에프티에이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양쪽의 득실을 계량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여봐도 결론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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