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는 묶고 디지털전송 상영은 활짝 열고
정부 또 ‘양보’ 검토 논란
정부 또 ‘양보’ 검토 논란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스크린쿼터 일수를 다시 늘릴 수 없도록 못박고,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상영을 전면 개방하는 등 사실상 추가 개방을 요구해 파문이 예상된다. 또 우리 협상단은 무역구제 부분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영화분야를 양보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쪽이 지난달말 열린 서비스분과 전화회의에서 현재 우리 정부가 ‘미래 유보’로 분류해 놓은 스크린쿼터를 ‘현재 유보’로 바꾸도록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현재 유보란 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현재 존재하는 규제는 인정하되 앞으로 추가 규제는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따르면 현재 73일인 스크린쿼터 일수는 더 늘릴 수가 없게 된다. 미래 유보는 정부가 협정 발효 이후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 쪽은 “영화를 디지털 제품으로 인정하고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상영은 아예 유보 대상에서 제외해 전면개방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상영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디지털 전송에 대해서는 스크린쿼터를 요구할 수가 없게 된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이런 요구들을 적극 검토하기로 4차 협상에 앞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협상단 서비스분과 관계자는 “만약 스크린쿼터를 미래 유보로 분류하면 (한국 정부가 스크린쿼터 일수를 다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연초에 스크린쿼터를 축소시킨 효과가 없어질 수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요청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이번 4차 협상에서 논란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애초 외교통상부는 무역구제 분야의 협상 성공을 위해 의약품 분야를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했으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화 분야를 새로운 협상카드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양기환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은 “미래 유보 포기는 정부가 지금까지 영화인들에게 우리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하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해온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은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아날로그 영상 환경이 디지털로 가는 것은 대세”라며 “만약 이를 개방한다면 사실상 스크린쿼터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 나라는 이날부터 제주에서 자유무역협정 4차 본협상을 시작했으나 공산품 개방에 대한 미국 쪽의 소극적인 태도에 우리나라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상품무역분과의 협상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제주/안선희, 박순빈 김은형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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