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돼 미국 카드업계가 국내에 본격 진입할 경우 한국의 카드산업이 은행의 빅뱅과 같이 대형화되면서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24일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하는 '계간 신용카드'에 기고한 '한ㆍ미 FTA에 따른 국내 신용카드업 영향과 과제'라는 글을 통해 이러한 전망을 내놓았다.
박 연구위원은 우선 한ㆍ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 카드업은 국내 은행업 진출 확대를 통해 국내에서 카드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며 외환위기 이전 철수했던 미국계 전업 카드사의 국내 시장 재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이렇게 되면 카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위 소득자를 중심으로 외국의 신금융상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고 만일 국내 카드사들이 시장 확보를 위해 과도한 수익률 경쟁에 나설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증가로 부실화하면서 경영의 안정성도 크게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ㆍ미 FTA 체결로 금융규제가 현재의 열거주의(Positive)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되고 업종 간 구분이 사라지게 되면 복합 금융상품 구성 능력에 한계가 있는 국내 전업카드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이런 가운데 카드산업 내에서는 국내 금융기관 간 혹은 해외금융기관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카드산업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을 중시하는 영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구체적으로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기능을 축소하고 신용판매 위주의 본업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며 리볼빙 카드 확대를 통한 이자수입 증대 등 수수료 수입 의존율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 금융기관 내부자료와 정보수집기관의 자료 등 자료의 체계적인 축적과 통계 및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모델 전문 인력, 위험관리 및 손실예측과 고객관계관리(CRM) 전문인력의 확보 등 고객에 대한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인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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