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분으로 구속된 변양호씨 도와주다니”…변호인에 석명 요구
‘현대차 ’비리 공판
한국 경제의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를 보는 검찰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 비리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14일 열린 현대차 관련 로비 사건 공판에서 ‘작심’하고 있었다는 듯 변양호(52) 전 금융정책국장을 돕기 위해 재경부 공무원들이 증거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날 공판이 저녁 7시30분을 넘겨 재판부가 “너무 늦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말하자 “그러면 검찰 신문은 다음에 해도 좋으니, 재판과정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허가하자 검찰은 곧바로 “재경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변씨 재판을 돕고 있다”며 변호인에게 석명을 요구했다. 법정에서 보인 검찰의 이런 돌발적인 주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공판 과정을 잘 지켜보라”고 했던 점을 떠올리면 사전에 충분히 계획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검찰은 오래 전부터 재경부 공무원들이 변씨를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씨 쪽은 지난 2일 공판에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구속 중)가 재경부를 찾아가 변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2001년 7월에 변씨가 국회에 출석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을 했다. 당시 검찰은 “방송사가 국회 상황을 찍은 테이프에는 변씨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변씨가 국회에 출석해 있었다고 주장하는 변호인 쪽 주장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변씨 쪽은 검찰 쪽의 주장을 뒤집기 위해 변씨가 당시 국회에 출석한 것을 입증할만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재경부 공무원들이 조직적인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재경부 직원들이 피의자 신분인 변씨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공무원 신분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으며, 이날 법정공방을 통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재경부에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재경부에 대규모 인원을 직접 보내 외환은행 매각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도 재경부 공무원들의 이런 행위를 포착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변씨는 검찰 수사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며 “같은 정부기관 사람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솔직히 이들이 검찰에 모든 자료를 냈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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