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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윤석민 태영 회장, 돌연 약속 파기…개인자금 416억 TY홀딩스로 돌려

등록 2024-01-05 17:03

5일 TY홀딩스 이사회 열어 의결
채권단, 태영건설 ‘꼬리자르기’ 의심
금융당국 “황당하다…의미 파악 중”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던 자신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몫 416억원을 5일 돌연 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자본 확충에 전액 투입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을 포기하는 쪽으로 윤 회장이 ‘꼬리 자르기’에 본격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오는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 시한을 앞두고 윤 회장과 채권단 사이의 대치가 확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5일 오후 티와이홀딩스는 한국거래소에 공시를 내어 “5일 ㈜티와이홀딩스가 이사회를 열고 416억원어치 ‘무기명 무보증 사모사채(영구채)’ 발행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전액 인수하는 쪽은 윤석민 회장(티와이홀딩스 최대주주)이다. 416억원은 지난해 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2062억원) 가운데 윤 회장이 본인 몫으로 가져간 자금으로, 채권단과 태영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협의 과정에서 이 매각대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투입·지원하기로 합의했었다. 윤 회장이 갑자기 약속을 파기하고 이 돈을 티와이홀딩스에 투입하기로 한 셈이다.

태영 쪽은 이번 자금 조달 목적을 “그룹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이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이 확충된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 자금 지원에 우회적으로 나설 수도 있겠지만, ‘태영건설에 대한 416억원 직접 지원’이라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윤 회장이 파기한 것이어서 채권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황당한 일이다. 윤 회장 일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우리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태영이 또 채권단 말을 듣지 않고 어긴 걸로 본다. 태영은 ‘사실상 우회적으로 태영건설에 넣은 거다’라고 말할 테지만 채권단이 볼 땐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권단으로서는 태영 대주주의 태영건설 정상화 의지를 더욱 신뢰하기 어렵게 돼, 워크아웃 여부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윤 회장의 이날 전격 행동에 대해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태영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가게 될 것을 예상한 사전 포석이자, 전날 금융당국의 ‘최후통첩’에 맞서 막판까지 채권단을 압박하려는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크아웃이 불발돼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 주식지분(27.28%)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해 재무구조가 악화될 터인데, 이를 염두에 둔 윤 회장이 티와이홀딩스를 지키기 위해 영구채를 통한 자본 확충에 미리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정관리행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밝혀, 채권단에 ‘워크아웃 개시’를 간접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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