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태 당시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은 엘이치 직원 48명 중 최소 27명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엘에이치 사장으로 재임하던 기간 3기 새도시 등 개발 예정지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자가 최근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떠오른 ‘엘에이치 혁신’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를 두고 20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민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3월 구성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 등이 엘에이치에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개시를 통보했던 48명 가운데 27명이 박 후보자의 엘에이치 사장 재임 시절(2016년 3월~2019년 4월)에 관련 땅을 샀다. 한 예로 3급 차장급이었던 ㄱ씨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4개 필지와 전주시 삼천동 5개 필지를 사들였다. 그는 수사 뒤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대법원은 노온사동 4개 필지 매입에 대해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확정했다. 27명 가운데 ㄱ씨를 포함해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람은 2명이고, 5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5명은 농지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4명은 검찰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판단된 이는 모두 11명이다.
이에 ‘엘에이치 땅투기 사건’에 대한 박 후보자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도 엘에이치 사장 재임 기간(2019년 4월~2020년 12월) 직원들이 개발 예정지 땅을 산 사실이 드러나자 취임 108일 만인 2021년 4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2021년 3월9일 열린 국토위 현안 보고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동산 투기 묵인 수괴 변창흠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노트북에 붙이고 등장하는 등 변 장관 책임론을 거세게 밀어붙인 바 있다. 합수본이 수사 개시를 통보했던 48명 가운데 변 전 장관의 엘에이치 사장 임기 중 토지 매입이 확인되는 사람은 12명이다. 나머지 2명은 박상우 후보자 이전인 이재영 사장 재임 시절에 땅을 샀고, 나머지 7명은 땅을 산 시기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민철 의원은 “박 후보자가 땅 투기가 이뤄지던 당시 엘에이치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토지 매입 사실을 알았어도 문제고 몰랐어도 문제”라며 “청문회를 통해 엘에이치 혁신 등을 추진할 조직관리 리더십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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