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엘에이치 상임이사 4명이 연봉 9천만원을 받는 사내대학 교수로 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여론의 지탄에 떠밀려 쇄신 인사를 단행했지만 실제로는 ‘보여주기식 꼼수’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엘에이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엘에이치 사태로 지난해 7월25일 퇴직한 상임이사 4명 중 한아무개 스마트도시본부장, 권아무개 공공주택본부장, 서아무개 주거복지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장아무개 부사장 겸 기획재무본부장은 올해 2월에 엘에이치 사내대학인 엘에이치토지주택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앞서 지난해 4월 엘에이치 사태로 물러난 변창흠 사장 후임으로 취임한 김현준 사장은 지난해 7월 “비위 직원 관리·감독 부실과 부동산 투기 사태 등의 책임을 묻겠다”며 상임이사 4명을 경질했다. 당시에도 교체됐던 상임이사 중 2명의 임기가 9일밖에 남지 않아서 ‘꼼수 쇄신’이라는 비판이 일었는데, 엘에이치는 경질 5~7개월 만에 이들에게 사내대학 교수 자리까지 제공한 것이다. 엘에이치토지주택대학의 비전임교수 연봉은 전문임기제 공무원 가급 수준인 9039만원이며 임기는 2년이다. 비전임교수 임용은 공모가 원칙이지만 공사 재직 경력자로 제한하면 예외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들은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엘에이치는 “(사내대학 비전임교수 임용은) 임기가 정해진 상임이사를 마치고도 정년까지 회사에 역량을 쏟아부으라는 취지로 2014년부터 이어져온 제도”라고 해명했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민적인 시각에서 (사내대학 교수 임용이 부적절하다는) 그런 지적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분들의 경력과 노하우가 있으니 후배들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급여도 1억8천만원을 받다가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엘에이치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엘에이치의 한 간부는 “(상임이사의 교수 임용은) 지속돼온 관행이었으나 쇄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국민의 시선을 교묘히 피해 제 식구를 챙긴다는 비판은 내부에서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엘에이치 투기 의혹을 지적했던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도 “그 사람들의 개인 잘못을 묻자는 게 아니라 엘에이치 사내 자정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엘에이치 개혁은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도 “엘에이치가 쇄신 사퇴를 발표하고 바로 돌려막기식으로 (인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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