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월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추진전략'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에이닷(A.) 통화녹음 서비스를 두고 통화내용 도청(몰래 엿듣기)을 금지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규제당국이 뒤늦게 점검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7일 한겨레에 “‘에이닷 전화’ 서비스가 통화 음성 및 내용 처리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에스케이텔레콤에 에이닷 전화의 주요 기술과 개인정보 처리방식 등에 대한 자료 제출도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점검을 위해 별도 팀도 꾸렸다. 이 팀은 에이닷 전화에 대한 확인 작업을 시작으로 이용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기술에 대한 실태점검을 할 예정이다.
에이닷 전화는 이용자 통화 녹음 파일, 녹취록 파일, 통화 내용 요약 등을 생성하고, 통화 중 언급된 전화번호·일정·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추출한 뒤 달력(캘린더)·연락처 등과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개인정보보호위가 지난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사전적정성 검토제’와 관련해 검토를 개인정보보호위에 의뢰하지 않았다. 이번 점검이 에이닷 전화 출시 후 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데 따라 시작됐다는 얘기다.
통신비밀 보호 주무를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중한 분위기다. 과기정통부는 줄곧 “아직 인공지능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라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에이닷 전화에 대한 이용약관 신고를 받아준 곳도 과기정통부다. 다만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도청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최근 에스케이텔레콤 쪽에 ‘인공지능 신뢰성 검증’ 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검증 제도는 신청 여부를 민간 자율에 맡기는 터라 실효성 있는 평가와 보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인공지능 법안은 처벌 기준도 없고 고위험 인공지능의 개념도 너무 모호해서 설령 통과된다 하더라도 규제방안은 모호할 것”이라며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행 법률을 위반한 것은 그 자체로 접근하고, 영역이 모호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전담 감독기구를 두는 방안을 포함해 운영 방식(거버넌스)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에이닷 전화 서비스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고, 약관 신고 등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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