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유영상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글로벌 에이아이(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통신 3사가 ‘인공지능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앞다퉈 나서고 있다. 7일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강조한 것도 인공지능 분야 경쟁력이다. 통신 3사는 그동안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인터넷텔레비전(IPTV) 등 같은 서비스 가입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는데, 이어질 ‘인공지능 승부수’는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
통신 3사 모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를 운용하고 있고 방대한 통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분야에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 대상 서비스 경험과 기업 고객과의 거래 경험도 풍부하다. 결국 각자의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인공지능 경쟁력’의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통신 3사의 인공지능 전략과 최근 행보를 보면, ‘바라보는 시장’과 그에 따른 ‘사업적 목표’가 다르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기업시장(B2B) 공략, 에스케이텔레콤(SKT)은 개인 이용자 시장(B2C)을 노리는 모습이 도드라진다.
모바일 앱 ‘에이닷(A.)’을 통해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이 가능하게 해주는 ‘인공지능 전화’ 서비스를 선보인 에스케이텔레콤은 ‘인공지능에 강한 기업’이란 대중적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들을 끌어오고, 캘린더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에서 연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유영상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부터 5년간 인공지능 관련 투자 비중을 33%로 확대해, 2028년에는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지난달 31일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믿음’을 발표했다. 케이티 제공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기업시장(B2B)을 앞세운다. 케이티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믿음’을 발표하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사업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는 지난달 31일 ‘믿음’을 발표하며, 자사가 보유한 클라우드(인터넷에 연결된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등 환경)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상품으로 기업용 맞춤형 시장 공략해 “3년 뒤 인공지능 기업시장에서 1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는 ‘기업용 인공지능 플랫폼’ 키우기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1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상 인공지능 콜센터(AICC)와 소상공인 대상 ‘우리가게 에이아이(AI)’ 등 ‘인공지능 3대 서비스’를 소개하며 “2030년 5천억원에 달할 황금알 시장을 잡겠다”고 밝혔다. 7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플랫폼’이란 단어가 27번이 등장했다.
통신 3사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끌어모으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자강’과 ‘협력’의 양날개를 강조한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에이닷엑스(A.X)를 개발하면서도, 에이닷의 전화 서비스에는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를 채택했다. 케이티는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구축에 집중하며 업스테이지 등 강한 기술력의 인공지능 스타트업들과 ‘케이티 얼라이언스(동맹)’를 강조한다. 엘지유플러스는 엘지그룹 인공지능 모델 ‘엑사원’을 각종 서비스에 접목해나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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