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고금리가 이어지고 정부·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축소 정책을 펴면서, 시중은행·제2금융권·대부업이 차례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평균신용점수(개인신용평가사 KBC 기준)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하단 908점, 상단 947점이었다. 분기별로 비교하면 하단 895점(2022년 12월)→896점(3월)→906점(6월), 상단 923점(2022년 12월)→941점(3월)→945점(6월)으로 갈수록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하단 평균이 13점, 상단 평균이 24점 올랐다.
고신용자가 내려오면서 제2금융권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저축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10월 기준 저축은행 30곳 가운데 3곳은 신용점수가 601~700점인 차주에게 신용대출을 실행하지 않았다. 501점~600점 차주가 가계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절반(15곳)에 불과했다. 1년 전, 같은 신용점수인 차주가 22곳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출이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카드론도 마찬가지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지난 10월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케이비(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BC)카드) 가운데 두곳은 신용점수 501~600점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주지 않았다. 한달 전(9월)만 해도 8개 카드사 전체가 해당 신용점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줬었다. 대부업체 신규 대출액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대부업체 69곳의 지난 8월 신규 대출액은 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66억원)보다 69.0% 줄어들었다.
이런 탓에 불법 사금융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범수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사이 불법사금융 피해 유형별 상담‧신고건수(잠정)는 1만62건으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생건수(1만913건)에 맞먹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공급도 은행별 상황에 맞게 소홀함 없이 이루어지도록 해달라”고 은행장들에게 촉구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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