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알렉스 버가트 영국 내각부 디지털정부 담당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내각부 청사에서 한-영 디지털정부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연합뉴스
공공·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이 진행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23일 1시간 동안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장애다. 갑자기 접속자가 늘어난 탓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후한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는 게 조달청 판단이다. ‘민원 행정망 먹통’에 이어 공공 전산망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나라장터 누리집이 오전 9시19분부터 1시간가량 접속이 지연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용자 전체가 서비스를 이용 못한 것은 아니다. 일부 사용자들이 접속 지연 등 불편을 겪었다. 10시21분에 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나라장터는 2002년 9월 구축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이다. 국내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공고, 입찰, 계약 체결, 대금 지급까지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다. 접속 장애가 입찰 마감 시간과 겹치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이번에도 조달청은 접속 장애가 발생한 시간과 마감 시간이 겹친 1600건의 입찰공고를 연기했다. 조달청은 이용약관에 따라 장애가 발생하면 입찰 시간을 연기해주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파악한 원인은 국외 특정 아이피(IP)의 집중 접속이다. 관리원은 정부와 공공기관 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이다. 관리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나라장터 입찰이 주로 오전에 진행되는 터라 국내에서도 접속량이 많았고, 국외 특정 아이피에서 집중적으로 접속이 일어나며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해당 아이피를 차단해 접속 지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디도스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디도스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시스템이 작동할 만한 수준의 접속량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관리원은 어떤 나라의 아이피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나라장터는 최근 문제가 터졌던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는 다른 망을 사용한다.
나라장터 장애는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장애다. 올해 3월17·23일엔 각각 20분·25분, 4월4일에는 1시간41분, 7월20일에는 1시간 58분 동안 접속 장애 및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9건, 2건 장애가 발생했다.
20년이 넘은 낡은 시스템이 그간 늘어난 입찰 건수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라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조달청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주요 정보화 시스템을 보면 10~15년에 한번씩 새로운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며 “나라장터는 20년이 넘은 유일한 정보화 시스템이다. 그동안 속도가 느려진다는 항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나라장터가 내년 하반기에 도입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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