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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글로벌 패권전쟁과 한국의 선택

등록 2023-11-12 09:00수정 2023-11-12 09:55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저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ㅣ 수축사회 2.0: 닫힌 세계와 생존게임
미-중 패권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패권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만2천원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51년 전 김민기 작사·작곡의 <작은 연못>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군사독재 시절의 암울한 상황을 묘사했지만, 지금 우리가 서로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아닐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 내, 이웃 간, 직장 내 갈등 등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정치투쟁과 미-중 패권 전쟁까지 전선(戰線)을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후·안전 위기로 큰 비용을 치르고 있고, 저출생·고령화로 사회시스템 붕괴와 수요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과학기술 발달은 공급력을 증대하고 인공지능(AI) 등장으로 사람의 존재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 세 가지 변화는 저성장을 고착화하고 사회를 이기적인 제로섬 사회로 만든다. 바로 서로 싸우는 ‘작은 연못’이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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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고착시키는 세 가지 변화

왜 싸울까? 사람들은 불평등에 분노하면서 더 많은 파이를 얻으려 한다. 소득과 자산 불평등에 더해 교육, 디지털, 초저금리, 지역, 고령화 문제가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내가 더 많은 파이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 대상자에게서 빼앗아오거나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어졌다. 생존게임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20여 년간 이런 사회의 변화를 디플레이션 혹은 ‘수축사회’라는 용어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번에 출간한 <수축사회 2.0: 닫힌 세계와 생존게임>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회 변화와 패권전쟁, 그리고 이에 따른 경제적 변화를 집중 조명한다. 수축사회의 창(窓)으로 많은 국가를 재조명해봤다. 고대문명의 창시 국가인 그리스, 최초로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이탈리아, 무적함대 스페인, 산업혁명과 영연방 구축으로 역사상 최초로 지구 전체를 지배했던 영국, 그리고 아시아를 제패하려 했던 일본 등이 수축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했듯 “대제국은 타살로 죽는 것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다”는 관점에서 각국을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에 돌입하는 이유도 이미 미국과 중국은 내부적으로 수축사회 기운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이 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권 유지(미국), 혹은 패권 탈취(중국)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 됐다.

미-중 패권전쟁의 두 전선

미-중 패권전쟁은 크게 2개의 전선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둘러싼 과학기술 패권전쟁은 한국도 참전국이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충분히 국익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정부는 저자세 외교로 기회를 위기로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전선은 달러 패권전쟁이다. 아직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교되지 않지만 향후 위안화 위상도 강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전혀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한 미국의 첨단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는 시점인 2030년께나 승패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그때까지 다양한 갈등과 변화가 있겠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물리적 전쟁이나 빠른 승패 결정은 어려울 것이다.

향후 경제는 21세기 이후 이어지는 부채 증가와 코로나19로 추가된 부채가 경제를 누르는 시간이 될 것이다. 1962년 경제개발 이후 처음인 1%대 경제성장률이 2024년에도 이어지면 바로 지금이 정점을 찍었다는 의미의 ‘피크(Peak) 코리아’일지도 모른다. 리더그룹의 각성과 분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여타 경제·정치·미래학 서적과 큰 차이가 있다. 세계적 지성들이 제시하는 탁견을 한국 사례를 통해 제시하려 했다. 가장 최신의 통계와 뉴스에서 세계적 전환을 접목해 지금 일어나는 현실과 거대한 전환을 연결하면서 다양한 변수를 사용하는 통섭(統攝, consilience)적 접근을 시도했다. 정부와 리더그룹의 인식과 정책 실패는 행간에 숨겨놓았다.

수축사회 관점으로 인공지능·반도체 등 과학기술, 패권전쟁까지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우리 사회의 리더그룹과 경제인, 그리고 투자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hyean.sk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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