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20일 “고부채 상황이 지속하면 소비 위축·생산성 하락·부동산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 등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규모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경제 불안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질서있는 가계부채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국내 진보경제학자들의 제언이 나왔다.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경기 위축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가 20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질서있는 가계부채의 축소’를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부채의 디레버리징(축소)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거의 (축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부채 상황이 지속하면 소비 위축·생산성 하락·부동산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 등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2218조원) 비율은 101.7%에 이른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가계부채가 3천조원에 육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강 교수는 “가계부채의 질서있는 축소를 확고하게 추진하면서 재정·통화·금융정책의 바람직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질서 있는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됐다. 손종칠 한국외대 교수(경제학)는 “주택가격이 장기 균형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30년 이내, 부채상환부담률(DSR·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40% 이내 등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부채에 대해서는 저소득과 고소득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22년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1030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한 한재준 인하대 교수(글로벌금융학)는 “이 가운데 120조원에 달하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채무 조정이 필요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대출)를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도 요구했다. 부채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허석균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경제 불평등 수준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정 과정에 소요될 재원 충당을 위한 세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부가가치세 세율이나 개인소득세의 세율 또는 공제규모 등을 조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강경훈 교수도 “경제 주체들이 빚을 갚느라 소비·투자를 줄이면서 거시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며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활용해 경기 위축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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