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처를 올해 말까지 또 연장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유가가 뛸 우려가 커져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며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이달 말까지 재연장을 거듭하며 2년째 유류세 인하를 시행 중이다. 현재 적용되는 인하폭은 휘발유 리터당 205원, 경유 212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73원 등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휘발유 기준 리터당 2천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78.68원으로 연초 대비 15.4% 올랐다. 반면 경유는 리터당 1690.63원으로 같은 기간 1.8% 내렸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이달 들어 소폭 내림세를 보이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중동 지역 분쟁 확대 우려로 국제 유가가 다시 꿈틀대자 연말까지 유류세 2개월 추가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4.78%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2주 남짓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추 부총리는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에너지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국면이 다소 진정되는 상황에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유류 가격은 전체 물가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가 급등은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내놓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함께 7월부터 시행 중인 경유·천연가스 유가 연동 보조금 지급도 연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거나 천연가스 가격이 세제곱미터당 1330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한편 유가·물가 불안을 배경으로 한 유류세 인하 조처 재연장은 그 자체로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화석 연료 사용을 부추기고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2개월간 약 1조원 감소 추정)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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