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내 전세 총 325만2천가구 가운데 24만1천~49만2천가구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반환 지연 위험’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2만~4만2천가구는 아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위험’ 가구로 추정됐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높은 주택은 전세 거래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 국토연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가구 규모가 추정된 적은 있지만 보증금 반환 지연, 미반환 위험 가구 수를 추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분석을 보면, 가계금융복지조사(2022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주거실태조사(2021년) 등을 종합해 전체 전세 가구 325만2천가구를 분석했더니 14.5%~29.6%(47만2천~96만2천가구)는 저축액과 대출 여력을 고려했을 때 임대인의 보증금 마련이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올해 상반기에 종료된 계약 기준으로 계약상 보증금이 전세 시세보다 높은 ‘역전세’는 55.5%에 달했고, 보증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깡통전세’는 5.1%로 나타났다.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중첩된 가구는 4.7%(15만3천가구)였는데, 이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이 적용되는 가구는 1천여가구(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초로 추정된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 가구는 24만1천~49만2천가구, 보증금 미반환 위험 가구는 2만~4만2천가구라는 추산이다.
윤 부연구위원은 보증금 반환 지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90% 초과 주택은 임대차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전세가율 60~90% 부분에 대해선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증금의 일정액(10%)은 관련 기관에 예치하도록 하고 보증금 반환이 지연될 경우에는 예치금을 활용한 손해배상을 비롯해 거주기간 연장, 긴급 이주 대출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그는 “보증금의 채무적 성격을 고려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보증금을 반영하고 최근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라 마련된 전세피해지원센터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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