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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준금리 5차례 동결한 한은, 가계부채 방관 말아야

등록 2023-08-24 18:04수정 2023-08-25 02:3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동결은 지난 2월 금통위부터 이번까지 다섯차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4월부터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 불균형이 다시 심화되는 사태 전개에 우려가 크다.

물가와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연속 동결은 이해할 만한 결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엔 2.3%까지 내려왔다.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중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반영해 기존 2.3%에서 2.2%로 0.1%포인트 낮췄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졌지만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2월2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처음 동결할 때 1.25%포인트이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세차례 금리 인상으로 지금은 2%포인트로 커졌다. 그러나 2월23일 1297.1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4일 1322.6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금리 차보다 최근 중국 위안화 약세 영향이 컸다. 미국 경기 지표가 부진해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4일엔 17.1원이나 떨어졌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해 4분기 3조6천억원 감소, 올해 1분기 14조3천억원 감소했으나 2분기 들어 9조5천억원 다시 늘어났다. 4월 이후 월별 은행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증가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열린 뒤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이 금리가 안정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너무 일찍 금리 동결에 들어간 것이 그런 인식을 강화한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인상은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이 믿는다면 공허한 말이 되고 만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염려와 억제 의지를 한은은 더욱 강력하게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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