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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면 백지화를 돌연 선언한 건 이 사업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특혜 의혹 때문이다. 해당 논란에 대한 종식을 위해 사업 백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약 2조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을 전면 백지화 결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또다른 논란이 인다.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 배경에 김건희 여사 특혜 논란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원 장관은 “김 여사가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처분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원인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백지화한다”고도 말했다. 특혜 논란의 뿌리는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기존 계획과 달리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부지와 가까운 곳으로 최근 변경된 점이다. 정부는 줄곧 종점 이동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양평군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백지화 선언이 나오는 과정은 투명하지 않다. 당장 국토부도 원 장관 발표의 속뜻 파악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백지화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철회인지 논란이 된 종점을 바꾸는 ‘노선’ 철회인지를 놓고 국토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오갔다.
국민의힘도 원 장관의 깜짝 발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백지화 선언 직전 이뤄진 실무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 장관이 당정협의회 머리발언에서) ‘강력한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사업 백지화까진 생각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당정협의의 주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과 관련한 ‘가짜뉴스 대응’ 이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실과는 긴밀한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실이 (백지화 결정을) 모를 수는 없다”면서도 “원 장관 발언을 보면 명명백백하게 자신있으니까 그런 취지에서 얘기한 것 같다. 앞으로의 진행 과정은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원 장관을 앞세워 사업 자체를 뒤집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가의 체계적인 도로 건설을 위한 법정 계획(2016∼2021년 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담긴 사업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 담긴 계획대로면 총사업비 1조7천여억원을 투입해 2025년 착공하고 2031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업 전면화로, 용역 비용 등 단순 매몰비용 10억원은 물론 지난 약 6년간 투입된 각종 사회적 비용도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됐다. 원 장관은 지금껏 들어간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건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만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미나·신민정 기자
mina@hani.co.kr 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