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최악의 세수 펑크 등에도 서울 강남3구 등 고가 주택 보유자 등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감세를 추진한다. 또 결혼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전세금 등을 증여하면 증여세 공제한도를 기존 10년간 5천만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고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춰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 체질 개선, 미래 기반 확충 등 4개 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국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 매기는 기준금액에 곱하는 비율)을 지난해와 같은 법상 최저인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보유세 부담을 집값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기존 11억원에서 12억원(다주택자 9억원)으로 올리고, 세금을 물리는 기준인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은 2020년과 같은 69%로 낮춘 까닭에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 기준도 시가 17억4천만원 이상(다주택자 13억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평균 아파트값이 17억원 내외인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집주인이 최대 수혜를 입는 셈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가액비율을 80%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최근 다시 입장을 바꿨다.
또 역전세로 세입자 보증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은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대출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에 연소득 5천만원 대출자 기준으로 대출(대출금리 4%, 만기 30년 적용)을 1억7500만원가량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결혼 자녀에게 현금·주택 등을 증여하면 증여세 공제 한도를 기존 5천만원(10년간 누적)에서 최대 1억5천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세금 혜택을 강화해 결혼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방안은 여론 수렴을 거쳐 이달 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출·투자 부진 등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경기 보강을 위해 공공기관의 내년도 투자분 2조원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집행하고, 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공급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3조원 확대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10조원 이상 금융 지원을 하고, 지역개발 규제완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3종 세트, 벤처 활성화 3법 등도 추진한다. 하반기 대학 학자금대출금리 동결, 중소기업·소상공인 수도요금 한시 감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재시행(7∼8월) 등의 대책도 담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의 재정 여건이 제한적이다 보니 금융과 감세를 활용한 부동산 경기부양 쪽에 치우친 정책 방향으로 보인다”며 “정부투자를 통한 경제의 총공급능력 확충이 아닌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우리 경제에 필요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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