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의 한 불법 농막. 감사원 감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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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미니 별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농막 규제 강화에 반발이 적지 않지만, 정부는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을 계획이다. 주거용 가건물 난립으로 농지를 못 쓰게 만들고 화재 등 안전 우려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규제 강화의 실효성이나 형평성 지적도 적지 않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은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농막을 농업 활동과 무관하게 주거용으로 활용하거나 전원주택 단지와 유사한 형태로 농막 단지를 형성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돼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사를 안 짓고 펜션이나 전원주택처럼 쓰는 농막은 농지를 훼손하고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도 커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는 농막 건립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도시에 사는 사람이 주말농장이나 영농 체험 목적으로 설치하는 농막의 경우 활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달 12일 농막 규제 강화를 뼈대로 한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달 21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런 정부 방침에 “주말에 하루이틀 시골 텃밭을 가꾸고 농막에서 자는 것까지 규제하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자, 농사와 연계된 숙박·취침 등은 계속 허용한다고 설명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농막 면적과 용도를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농업과 무관한 주거용으로 농막을 짓고 쓰지 말라는 것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규칙은 농막을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연면적(전체 바닥면적의 합) 20㎡(약 6평) 이하라는 조건만 만족하면 농업인이 아닌 도시 거주자도 별도 허가 없이 농지에 농막을 지을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 농막 설치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9175건에서 2021년 4만6057건으로 7년 만에 5배 급증했다. 전체 농막 수는 2021년 말 기준 18만2848개에 이른다. 컨테이너식 가건물로 3천만∼5천만원이면 지방에 작은 주말 별장을 가질 수 있고 주택이 아닌 까닭에 재산세 등 세금도 내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농지법 시행규칙은 ‘농막은 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한다’고 규정하지만, 전입 신고까지 하고 사실상 주거 목적으로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행규칙 개정 이후 새로 짓는 농막은 농지 면적 660㎡(200평) 미만이면 연면적 7㎡(약 2평)까지, 농지 면적이 660∼1000㎡(200∼300평)이면 연면적 13㎡(약 4평)까지만 건립할 수 있다. 농업과 무관한 취침·숙박·여가 시설 활용 등을 법으로 금지하고, 농막 내 취침 공간·주방·욕실 등도 농막 바닥 면적의 25%를 넘으면 안 된다. 사실상 주거 용도로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하지만 현장의 불만은 적지 않다. 농식품부 담당과에도 민원 전화가 종일 쇄도하고 있다. 농막을 실제 보유한 장아무개씨는 “정부의 농막 규제 강화가 영세 건설업자들의 활로를 닫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 같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 지적도 나온다. 농막 용도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기존 농막은 새 면적 기준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채굴기를 운용하는 제주시의 한 농막. 감사원 제공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