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10% 가구의 적자액이 지난 1분기(1∼3월) 역대 최대인 월 7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찔끔 늘어난 반면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생계비 부담은 커진 탓이다.
3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10분위별 가계 수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17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133만원)에 견줘 12.1% 줄었다. 흑자액은 가구 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과 일상적인 소비 지출액을 빼고 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여윳돈이다.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지원금 효과 등이 사라지고 물가 상승, 일상 회복 등으로 씀씀이는 늘며 가구 흑자 규모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소득 하위 30∼40% 가구(4분위)를 뺀 모든 계층에서 흑자액이 1년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소득 하위 20% 이하인 저소득 가구의 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 가구들은 60살 이상 은퇴자·1인 가구 중심으로 이뤄진 까닭에 가계 수지도 원래 구조적으로 적자를 보지만, 올해 들어 적자 규모가 이례적으로 커졌다.
실제 소득 하위 10% 가구(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적자액은 올해 1분기 69만6천원으로 전년 대비 25.2% 늘어났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다. 하위 10∼20% 가구(2분위)의 경우 적자가 지난해 1분기 7만원에서 올해 1분기 22만6천원으로 221.3%나 급증했다. 가구가 매달 쓰는 지출액이 소득보다 수십만원 넘게 많다는 의미다.
이는 저소득가구의 지출이 필수 생계비 위주로 소득보다 훨씬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10% 가구의 주거비·연료비 등 주거·수도·광열비 지출액과 보건 관련 지출액은 1년 전보다 각각 19.8%, 16.4% 늘어났다. 두 항목 지출액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분기 35.6%에서 올해 1분기 36.8%로 커졌다.
이렇다 보니 저소득층 가운데 번 것보다 많은 돈을 쓴 적자 가구 비중도 대폭 확대됐다. 소득 하위 20%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은 올해 1분기 62.3%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5.1%포인트 올라갔다. 세 집 중 두 집가량이 적자 살림을 꾸렸다는 뜻이다. 전체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이 26.7%(올해 1분기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적자 가구 비중이 전체 일반가구보다 2배 넘게 큰 셈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득이 적은 노인 가구의 경우 저축 등 자산이 있다면 이를 통해 적자를 메꿀 것”이라며 “올해 1분기엔 코로나 시기에 못 썼던 지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측면 있는 만큼 저소득층의 적자 확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1∼2분기 정도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