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임대주택에 사는 기초수급자 구현수(가명·36)씨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역촌동 집에서 일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390개 청년정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저소득층 청년의 주거 지원, 자산형성 관련 지원은 줄인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청년에 대한 지원은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2023년도 예산을 바탕으로 33개 정부 부처의 390개 청년정책 사업을 담은 국무조정실의 ‘2023년 청년정책 시행계획’ 보고서를 입수해 사업 내용과 예산을 전수조사했다. 8일 그 결과를 보면, 전체 청년 예산은 전년(24조6천억원)에 견줘 3.1%(7685억원) 늘었다. 하지만 세부 예산을 따져봤더니 지난해보다 감액된 정책 상위 10개 가운데 3개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 사업, 2개는 저소득 청년의 주거·구직 관련 사업이었다.
주거 관련 사업을 보면, 저소득 청년의 관심이 높은 매입주택 임대 사업 예산이 1938억원 줄었고, 주거급여 수급자 가구(저소득층)를 대상으로 하는 미혼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 예산 역시 245억원 삭감됐다. 자산형성 정책에서도 저소득층 소외가 눈에 띈다. 최대 연소득 3600만원 기준에 2년 만기로 중소기업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6696억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보다 증액된 청년정책 상위 10개 가운데 5개가 부동산 구입(2개) 또는 자산형성(3개)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었다. 정부는 분양가의 20%를 내면 80%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 집을 살 수 있게끔 하는 공공분양 정책에 1608억원을 새로 투입했다. 분양가 3억원인 주택 분양에 참여하기 위해 최소 6천만원 이상을 납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소득 청년의 참여가 어려운 사업이다. 낮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청년전용저리대출 사업 예산도 7772억원 늘었는데, 전세자금 대출 비중은 줄이고 구입자금 대출 비중은 늘렸다.
정부가 예산 3678억원을 투입해 도입한 청년도약계좌도 가입 기준과 유지 기간을 고려하면, 안정적 소득을 가진 청년이 주된 수혜 대상이다. 정부 지원금을 주는 가입 대상은 연소득 6천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이 중위 180%(2022년 기준 1인 가구 월 350만원) 이하다.
저소득 청년을 포괄하고 있지만 만기가 5년이라는 점이 부담이 된다. <한겨레>가 2030 청년 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명 가운데 1명이 “여윳돈이 없어서” 또는 “만기가 길어서” 등의 이유로 청년도약계좌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청년정책은 집 사고 돈 모을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대상에서 빼놓고, 매달 저축이 가능하고 분양 납입금을 낼 수 있는 소수의 청년에게만 ‘개천에서 용이 될’ 기회를 준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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