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급 ‘슈퍼 태풍' 마와르가 태평양의 미국령 괌을 강타한 25일(현지시각) 나무들이 강풍에 꺾여 거리에 쓰러져 있다. 괌 당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으나 강풍과 폭우로 인한 단전·단수가 이어져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일부 지역에선 야자수가 뽑히고 지붕이 뜯겨나가는 수준의 바람이 불었고, 호텔 방과 복도까지 침수됐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 괌에 ‘슈퍼 태풍’ 마와르가 상륙하면서 한국인 여행객 약 3천명의 발이 묶였다. 괌 인근인 사이판의 경우 25일 저녁 7시부터 비행기가 뜨면서 관광객들이 순차적으로 한국에 돌아오고 있지만, 괌의 경우 현지 공항이 폐쇄돼 최악의 경우 다음 달 1일까지 관광객들의 귀국이 지연될 전망이다.
26일 하나투어 설명에 따르면, 현재 괌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뒤 예정된 날짜에 귀국하지 못한 여행객 수는 230여명으로 파악됐다. 여행객들은 애초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지만, 공항이 폐쇄되고 항공편이 모두 결항되면서 계속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
조일상 하나투어 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이판은 하늘길이 열렸지만, 괌은 공항이 다음 달 1일에나 열린다는 현지 공지가 있었다”며 “이번 주에는 비행기가 결항될 것으로 보이고, 항공사들이 다음 주 현지 상황을 고려해 예정보다 일찍 비행기를 띄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태풍 피해가 심각해 정상적인 관광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호텔별로 일부 객실이 침수되고 기물이 파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다만 다친 한국인 관광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천재지변은 여행자 보험의 보상 범위가 아니지만, 하나투어는 내부규정에 따라 여행객들에게 1박당 10만원의 숙박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조 수석은 “현지 상황에 맞춰 숙박에 대한 추가 비용 지원은 무제한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일 괌의 한 호텔에서 태풍 마와르로 인해 객실로 들어가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연회실에 모여있다. 연합뉴스
모두투어 역시 괌에 240여명의 고객 발이 묶인 상태다. 모두투어도 보상안을 확정한 상태다. 원래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현지 추가 체류와 관련한 보상안은 ‘객실당 1회 한정 20만원’이었으나 ‘객실당 1박에 10만원, 최대 90만원’으로 보상안을 확대했다.
이윤우 모두투어 홍보 매니저는 “사이판의 경우 어제 저녁 7시부터 비행기가 뜨면서 오늘 현지에 체류했던 관광객들이 모두 비행기에 탑승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중”이라며 “괌의 경우 현지 공항이 다음 달 1일보다 빨리 정상화 될 가능성이 있어 항공사, 현지 공항, 관광청 등과 계속 소통하며 관광객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외에도 교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다른 여행사를 통해 괌으로 간 여행객 수백명이 현지에 체류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여행사 패키지나 에어텔이 아닌 ‘자유여행’을 떠난 인원까지 포함하면 현지 한국인 관광객은 수천명에 이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괌에 체류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약 3천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 교민은 약 5300여명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장기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여행사들이 이제 다시 사업을 재개한 상태인데, 이번 괌 태풍으로 인한 보상금으로 경제적 손실이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4등급 슈퍼 태풍 ‘마와르’로 피해를 입은 미국령 괌의 국제공항이 오는 30일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인국 주하갓냐 출장 소장이 괌 공항 청장과 어제 면담했다”며 “대사관 누리집에는 다음달 1일부터 운항 재개할 예정이라고 돼 있는데, 당국에서는 오는 30일 공항 재개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장 통신 사정이 열악해 관광객들의 민원 전화를 제 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로밍 서비스를 신청한 관광객의 핸드폰에 문자메시지 공지 등을 통해 태풍과 관련한 소식을 알리는 방안을 한국 통신사와 준비 중이다. 또한 외교부는 교민단체 협조하에 임시대피소 마련을 협의 중이며 의약품이 떨어진 환자들이 제 때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병원교통비도 제공할 예정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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