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시엔비시>(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시엔비시 화면 갈무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1340원을 재돌파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 ‘원화 약세’는 곧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재차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시엔비시>(CNBC)와 인터뷰를 갖고 “4월에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배당이 있어 원화가 (가치 하락) 압력을 받았다”며 “(앞으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이전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고, 환율 압력도 지난해보다는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300원을 계속 웃돌았고, 이달 2일에는 1342.10원으로 마감해 약 5개월 만(종가 기준)에 1340원을 돌파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0원 내린 1338.2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음에도 원화 가치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약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만큼 매일의 환율 변동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큰 변동성에 대해서는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서는 “지난해 달러가 매우 강세를 보이던 때를 생각해 보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하고 있던 나라들의 통화도 평가절하됐다”며 “원화 평가절하 압력은 우리의 취약점 때문이 아니라 강달러 경향 때문이며, 통화스와프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금리 인상 행보는 막바지에 가까워졌다고 바라봤다. 이 총재는 “몇 번의 정책금리 인상이 더 있을 수 있으나 선진국의 통화긴축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며 “금융 안정성 문제를 생각했을 때도 선진국이 지난해처럼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일단 기준금리 인하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2%)를 웃돌고 있어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 은행권 불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채권 만기 구조가 훨씬 짧고,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 변동 위험을 최종 소비자가 부담해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사람들은 고금리가 유지될 경우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연체율 증가 가능성이나 부동산 부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도/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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