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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IRA·반도체법 “긴밀협의 계속”…독소조항 해소는 공회전

등록 2023-04-27 19:48수정 2023-04-28 02:42

한-미 정상회담 경제성과 ‘빈손’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르는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르는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과학법’에 따른 한국 기업 보조금 차별과 영업기밀 유출 우려를 덜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론적인 입장을 확인했을 뿐, 국내 전략산업에 닥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실무 협상으로 넘겼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해,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국가안보실에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공동 연구, 인력 교류를 촉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줄이려 노력한다는 점을 한국 기업들이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중국에서 반도체칩 제조를 제한하는 게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질문엔 “이것(반도체법)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뒤, “우리가 반도체 공급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서로 간에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해결해야”

오는 10월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통제 유예 만료를 연장해야 한다거나,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에 포함된 영업기밀 자료 제출 등 ‘독소 조항’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국내 업계 요구나 전문가들의 조언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바이든 대통령 답변을 보면 ‘이 법안은 한국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언론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양국이 기울여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고만 했다. 정상회담 전에 논의되거나 확정된 점을 끌어다 회담 성과로 포장한 셈이다. 다만 최 수석은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통제와 관련해선 “10월이 되기 전에 장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우리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가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지원법은 정상회담 의제에 올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봐도,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통제는 적어도 7~8월 안에는 해결할 수 있도록 협의 채널을 열어놓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IRA 성과 짚기 어려워

전기차 보조금 차별을 받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양국이 기울여 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는 과거형으로 정리됐다.

전문가들은 성과를 짚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큰 시장을 가진 나라가 자국 중심의 정책을 결정했고 그 나라에 물건을 파는 입장인 우리는 정해진 룰 대로, 상황에 맞춰서 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한국)에서 완성차를 조립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이상, 한국이 더이상 얻어낼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사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을 상대로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지방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낸 것을 두고도 방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성명에선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적재산권을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어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는 데 최고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국가”라며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한국이) 아시아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이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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