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일제히 올랐던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회사들이 2년 연속 출고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마트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르기에 조만간 ‘소주 1병 6천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1월 중 크게 오른 글로벌 증시가 2월 들어 오름 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2월 초 4180선까지 올랐던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4000 아래로 내려왔고, 2500 돌파에 도전했던 코스피도 3월 들어 2400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지난해 몇 차례 나타난 하락에 비해서는 폭이 크지 않지만, 강력한 추세 상승에 대한 기대는 약해졌고, 뚜렷한 방향성을 갖기보다는 상당 기간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증시 상승을 막은 이유는 역시 물가였다. 1월에만 해도 지난해 하반기 중 나타난 물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지만, 이제 많은 투자자들이 물가 하락 속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각국의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인데, 특히 미국의 핵심 소비자물가상승률,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넘어서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물가가 오르자 당연히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망이 바뀌고 금리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2월 초 연 3.4% 아래로 내려갔던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최근 4%까지 치솟았고, 6개월 만기 단기금리는 5%를 넘어섰다. 현재 연 4.75%인 기준금리가 상반기 중 5%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1월과 2월 모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섰고,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에 달한다. 게다가 2% 이상 가격이 오른 품목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차 물가 충격이 전이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전기·가스 등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부문 물가가 오르고 있어 또 다른 가격 전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연 3.1%까지 떨어졌던 우리나라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3.8%까지 되올랐다.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와 금리의 상승이 늘 증시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의 확산을 조기에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결정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수요를 지금보다 더 억압하거나 높아진 물가가 수요를 줄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어떤 경우든 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환경이다. 미국은 여전히 탄탄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이미 물가와 금리에 영향을 주고 받는 투자와 소비가 각각 2개월, 3개월 연속 전월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높아진 금리 환경에서도 증시 하락이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물가가 내려가고 중앙은행의 긴축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투자자에게는 중요하다. 따라서 작년과 달리 주식을 다 팔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하지만, 길어진 긴축 사이클 하에서 나타나는 박스권 장세에서의 전략은, 어떤 종목을 보유해도 가격이 오르는 추세 상승 시기의 전략과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 확장 기간의 과소비와 비교되는 ‘가성비 소비 문화’의 확산 등 상황 변화에 적합한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또 경기 순환과 무관하게 성장하는, 특히 그 중에서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산업과 기업을 골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증시가 박스권 상태였을 때도 주가지수의 상승을 노린 전략보다는 이러한 전략들이 더 좋은 성과를 냈다.
긴축 사이클이 길어진 만큼 투자 기간을 통상의 경우보다 더 길게 잡아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기업을 선택했더라도, 주식 시장 전체가 박스권일 때는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가 가격에 오랜 기간 반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바란다면, 시장 자체가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 추세에 접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