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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갑질’ 남양유업 겨냥한 행동주의, 주주제안 넷 통할까

등록 2023-03-04 10:00수정 2023-03-06 09:27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소비자 신뢰 잃은 남양유업 어디로?
2021년 5월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5월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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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지난해 8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 전의 두해에도 각각 7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경쟁 업체인 매일유업이 이 기간 동안 매출을 키워가며 연 600억~800억원대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대리점 갑질, 여직원 차별대우에 이어 이른바 ‘불가리스 파동’까지 일으키며 대주주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소비자 신뢰만 잃어온 결과다. 특히 홍원식 회장 일가가 지난 2021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남양유업의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는 정상 기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90대 고령인 홍원식 회장 노모가 1986년부터 35년간 비상근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오랫동안 보수를 챙겨왔다. 사외이사는 어떨까. “이름만 올렸을 뿐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당시 한 사외이사의 고백은 무용지물 이사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주주 사조직 다름없었던 이사회

지금 이 남양유업의 대주주는 누구일까? 홍 회장은 2021년 5월 지분 전량(53%)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도장을 찍었다 번복하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양측을 불법 쌍방대리하는 바람에 약속받은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하였지만 홍 회장은 지난 2일 기어코 대법원에 상고했다. 끝까지 달리겠다는 기세다. 회사 대주주가 홍 회장이라 할 수도, 한앤컴퍼니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기는 하나, 장담할 수는 없다. 만약 이변이 일어나면 남양유업은 원점으로 회귀한다. 주주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세상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홍 회장이 패소한다 해도 지분을 들고 계속 버틴다면 실제 회사 정상화는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행동주의 펀드들을 운용 중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몇가지 주주제안을 하며 이달 말 주주총회에 앞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제안 내용은 남양유업이 공개매수 방식으로 일반주주 보유 지분의 50%를 매입할 것과 일반주주 추천 감사를 선임할 것 등 네가지다. 나는 이 가운데 주주 추천 감사 선임 가능성에 주목한다. 남양유업은 대주주의 사조직이나 다름없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이 9년 동안 감사를 맡아왔던 곳이다. 대주주 견제 기능이 작동할 리 없었고, 45%에 이르는 일반주주들의 권리 보호가 안중에 있었을 리 없었다.

앞으로 누가 남양유업의 대주주가 되더라도 일반주주까지 포함한 전체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는 필요하다. 감사 선임에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뜻이 중요하다. 주주총회에서 상근감사 선임 표결을 할 때 지분 대량 보유자(대주주, 주요주주, 기관투자자 등)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 주식회사(의결권 발행주식 100주)는 대주주 A가 40주, 기관투자자 B가 10주, 일반 소액주주가 50주를 보유하고 있다. 상근감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 행사 가능한 주식 수는 3% 룰에 따라 A 3주, B 3주, 일반 소액주주 50주 등 총 56주가 된다. 유효의결권 지분율로 따지면 A와 B는 각각 5.4%(3/56), 일반 소액주주는 89.3%(50/56)가 된다. 이런 식으로 일반주주 유효 의결지분율이 거의 9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일반주주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남양유업의 현재 대주주는 홍 회장 일가로, 지분율이 53%다. 차파트너스 지분율은 3%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3% 룰을 대입해보면 주총 유효의결권 지분율 기준으로 홍 회장 일가와 차파트너스는 각각 6.4%가 된다. 일반주주 지분율은 87.2%에 이른다.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상근감사 후보(심혜섭 변호사) 선임 여부는 한마디로 일반주주 손에 달려 있다.

차파트너스는 “법정 다툼이 어떻게 끝날지, 한앤컴퍼니가 이긴다면 경영권이 언제쯤 완전히 넘어갈 수 있을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 기간 동안 계속하여 주주가치는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과거 사례를 보면 한앤컴퍼니 같은 사모펀드들이 경영권을 인수한 후 일반주주를 배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한 사례 또한 많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앤컴퍼니 체제 이후에도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감사의 선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남양유업 이사회가 주총 안건으로 채택해야 의안 상정이 가능하다. 주주제안은 상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이사회에서 상정 의결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거부하는 사례가 꽤 있다. 최근 키스코(KISCO)홀딩스는 소액주주연대가 내놓은 12가지 주주제안(주주환원율 기준 설정,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 감사위원 후보 선임 등)을 회사 쪽이 모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3% 룰 때문에 기업 경영 어렵다고?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른바 ‘모범회사법’을 제안하면서 ‘3% 룰’ 폐지를 주장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지배구조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해외 투기세력이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3% 룰 때문에 경영권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당시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과거 증권거래법에 3% 룰을 도입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기업의 경영권이 투기세력에 넘어갔어야 했다. 이런 사례가 있는가? 3% 룰 때문에 자유롭게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 애로가 있다 하는데, 대주주 측근으로만 이사진을 구성할 자유를 말하는 것일까?

경제이슈분석 미디어 ‘코리아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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