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해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정찬우)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주문을 낭독한 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체결된 것”이라며 “피고들의 쌍방대리, 계약해제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 쪽은 선고 직후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 주식을 52% 소유하고 있는 홍 회장 일가는 지난해 5월27일 이 주식을 모두 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백신 대란’ 당시 남양유업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저감효과가 77.8%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허위·과장 홍보 논란이 커진 뒤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고, 주가가 급락하자 홍 회장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어 지분까지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홍 회장 쪽은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다”며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한앤코와의 주식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홍 회장 쪽은 계약 해지 근거로 △한앤코가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계약 과정에서 ‘협상 내용을 추후 보완할 수 있다’고 속여 계약에 효력이 없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양쪽을 모두 대리해 무효라는 점을 들었다.
이에 한앤코는 “홍 회장 쪽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주식을 넘기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과 더불어 홍 회장 일가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받아냈다. 한앤코가 신청한 가처분이 여러차례 인용된 데 이어 이날 본안 소송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한앤코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어 “홍 회장 쪽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판결을 수용하고,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퇴진과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홍 회장 쪽은 “재판부의 판단에 유감”이라며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맞섰다.
한편, 홍 회장은 한앤코가 주식매매 계약 해지에 책임이 있는 만큼, 양쪽의 계약에 따라 3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약벌 청구 소송을 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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