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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윤 대통령 한마디에…대기업 반도체 투자 공제율 ‘8→15%’

등록 2023-01-03 17:31수정 2023-01-03 19:31

추가공제 포함하면 공제율 최고 25%
법인세율 낮춰놓고 투자공제도 확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반도체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액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비율을 8%에서 15%로 높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올해 한시 적용되는 추가 공제까지 더하면 공제율이 최고 25%에 이르는 전무후무한 수준이다. 법인세율을 이미 전방위로 낮춰놓은 정부가 뒤늦게 세금 공제까지 대폭 확대하며 나라 살림과 분배 개선 문제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설명회를 열어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해 최대 25%+알파(α)의 세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기업이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의 제조시설에 투자할 때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 8%에서 15%로 높이기로 했다. 연간 10조원을 투자하면 지금은 법인세 8천억원을 감면하지만 앞으로는 1조5천억원을 깎아준다는 뜻이다. 정부는 중견기업의 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대기업과 같은 15%로, 중소기업 공제율은 16%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함께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이달 중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기재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대기업에 한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이는 기재부가 제출한 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윤 대통령이 추가 세제 지원을 주문하자 그간 “한국의 반도체 세제 지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기재부 입장도 180도로 바뀌었다.

이번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최고 25%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직전 3년 평균 투자액에 견줘 증가한 투자분에 10% 추가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같이 추진할 방침이어서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향후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하기 위해선 “정부가 양해를 구하거나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연말에 예산부수법안 논의 과정에서 반도체 세액공제 비율로 기재부(8%)보다 높은 10%를 제안한 바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세액공제 8%는) 기재부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개정된 법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하루아침에 이렇게 해도 되는지 황당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애들 소꿉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국가운영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며 “입장이 바뀐 설명을 정부 차원에서 먼저 내놓아야 그 다음에 뭐가 돼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재부는 2011년 폐지된 임시 투자세액 공제제도를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부활시키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공제가 다시 도입되면 기업의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이 기존 1∼10%에서 3∼12%로, 미래차·로봇·항공우주 등 13개 신성장·원천 기술 분야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현재 3∼12%에서 6∼18%로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감세 묶음을 법 개정 전인 올해 1월1일부터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이로 인한 전체 법인세 감세액은 올해 투자분 세액 공제를 처음 적용하는 내년 3조6500억원, 2025년부터는 연간 1조3700억원씩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와 업계 등은 한국 정부의 반도체 세제 지원이 외국에 못 미쳐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 생산(파운드리) 기업인 티에스엠시(TSMC)가 있는 대만은 최근에야 반도체 설비투자에 5% 세액 공제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은 25%인데, 아직 본격 시행 전인데다 중국과의 거래가 제한되는 걸림돌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으로의 수출 등을 포기하고 미국에 투자할 회사가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제 확대의 실효성도 미지수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10조원대 후반이었던 설비투자액을 올해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는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고 하고 있지만 향후 경기에 따라 전망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강화는 필요하지만, 법인세 감세에 세액공제율까지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국은 법인세율은 올리고, 대신 반도체 등 특정 산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며 “정부가 모든 기업의 법인세율을 낮춰놓고 이제 투자 공제까지 파격적으로 늘리면 정부 세수나 분배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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