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생산과 소비 지표가 일제히 뒷걸음질했다. 제조·서비스업 등 산업 생산이 자동차 및 반도체 생산 조정, 내수 둔화 등으로 넉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소비 지표도 악화하는 등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산업 생산 지수는 한달 전에 견줘 1.5% 하락했다.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전 산업 생산 지수가 넉달 내리 하락한 것은 2020년 1∼5월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지수 하락폭도 2020년 4월(-1.8%) 이후 가장 컸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3.5% 줄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반도체 생산이 수출·업황 부진 등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고 한국지엠(GM)의 경차 스파크 생산 중단 등으로 자동차 생산도 조정을 받아서다. 광공업 생산 역시 올해 7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2015년 10월∼2016년 1월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초다. 감소폭도 2020년 5월(-7.3%) 이후 최대였다.
기업들은 창고에 쌓이는 재고 소진에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가 한 달 전에 견줘 1.4% 줄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은 2.7%포인트 하락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니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며 재고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힘입어 경기 회복을 이끌던 서비스업 생산도 0.8% 감소했다. 두달 연속 줄어든 것으로 감소폭은 2020년 12월(-1.0%) 이후 가장 크다. 특히 자영업자 체감 경기와 직결되는 숙박·음식점업이 1.4%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가·금리 상승 등으로 지갑을 닫은 셈이다.
10월 소매 판매도 0.2%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승용차와 겨울철 의류 판매 감소 등의 여파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보합(0%)을 기록했다.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0.1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내렸다. 이 지표는 주가 지수, 장·단기 금리차와 같은 금융 지표 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데,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정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보합(0%)에 머물렀다. 어 심의관은 “국내 경기는 대외 이슈를 중심으로 하방 요인이 많은 상황”이라며 “수출과 제조업 생산 둔화,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경기 흐름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실물 경제에 불어닥칠 한파를 염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10월은 수출 부진 등으로 광공업 생산이 크게 감소했고, 그간 경기 회복을 견인해온 소비도 추가 상승이 제약되며 회복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6.7% 줄며 10월에 이어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소비와 투자 역시 이태원 참사 영향,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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