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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복지 축소에 불건전 재정…두 토끼 다 놓친 윤 정부 예산

등록 2022-11-19 09:36수정 2022-11-19 10:15

[한겨레S] 이상민의 나라살림
내년 정부 예산안 살펴보니

새해 예산안 올해보다 5.2% 증가
정부는 “재정·복지 잡았다” 자랑
물가 등 고려하면 복지 긴축 뚜렷
수입 대비 지출 커 건전성도 우려
지난달 25일 빈곤사회연대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의 민생·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달 25일 빈곤사회연대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들이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의 민생·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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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해보자. 일단 총량 의미부터 보자. 올해 본예산보다 5.2% 증가했다. 5.2% 증가는 긴축이라고 말하기에는 크고, 확장이라고 말하기에는 작다. 증가 정도가 좀 애매하다. 이렇게 애매할 때는 양쪽 말이 다 가능하다. 정부는 ‘따뜻한 복지와 건전재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예산안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재정적으로 충분히 건전하지 못한데다 복지 등 사회적 측면에서 긴축 재정이라고 평가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는 의미다. 정부 주장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원래 어렵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세 때문이다.

_______
무리한 감세에 엉터리 세수예측까지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첫째, 사회적 측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5%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내년 65살 이상 노인 인구도 5.7% 증가한다. 반면 내년 보건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4.1%만 증가한다. 물가 상승과 노인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보건복지 지출 4.1% 증가는 사회적으로는 긴축이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둘째, 재정적 측면. 재정적으로는 충분히 건전해진 것도 아니다. 내년도 총수입 증가율은 2.8%에 그친다. 총수입 증가율보다 총지출이 훨씬 많이(5.2%) 증가하니 재정이 충분히 건전해진다고 말할 수 없다. 2017년, 2018년을 보자. 총수입이 7.2%, 8.1% 증가하는 동안 총지출은 3.7%, 7.1% 증가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역대급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당시에도 ‘역대 최대 슈퍼예산’을 편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내년도 보건복지 지출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4.1% 증대에 그치는 사회적 긴축에도 재정적으로 충분히 건전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총수입 증가율이 2.8%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수입 증가율이 낮은 이유는 국세 수입이 불과 1%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세 수입 증가율이 낮은 이유는 바로 감세 때문이다. 세수는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만 올라도 세수는 증가한다. 올해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도 내년 국세 수입이 1%밖에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감세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감세 조치에도 건전재정을 이룩한다고 말한다. 내년도 국세 수입이 16.6% 증가한다며, 정부의 “주요 세목 세입기반 확충” 노력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본예산 세입 예측에 실패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2차 추경 때, 초과 세수 53조원을 인식했다. 올해 세수 전망치를 이미 수정했기 때문에 내년도 세입 예측은 수정된 수치에서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내년 세수 전망치를 굳이 수정 전 올해 본예산 수치와 비교해서 16.6% 늘었다고 자랑한다. 이는 이론에도 맞지 않고 그동안의 기재부 관례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기재부는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이 0.2%포인트 감소한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수정된 2차 추경 기준으로는 0.1%포인트 증가한다. 기재부는 감세를 하고 싶으면 정확히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감세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비록 줄어들지만, 그래도 세금을 덜 내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통계로 눈속임하면서 감세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의 내용을 보자. 내년도 예산안은 8435개 사업을 통해 639조원을 쓴다. 나는 대한민국이란 639조원을 8435개 사업을 통해 지출하는 정치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도 예산 지출 증감액 파악은 윤석열호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3616개 사업에서 51조6천억원이 감액되었다. 그리고 4281개 사업에서 83조원이 증액되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서 감액된 세부사업은 13조원, 그리고 증액된 세부사업은 24조원이다. 야당과 윤 정부를 싫어하는 쪽에서는 감액된 13조원만 들먹이고, 반대는 증액된 24조원만 자랑한다. 감액 사업과 증액 사업 모두를 평가해야 한다.

감액된 사회복지 사업의 핵심은 임대주택 사업과 고용 부문이 핵심이다. 반지하 참사 이후 반지하 거주를 금지해야 한다면서 임대주택 사업 예산을 줄인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고용 부문은 코로나19 당시 늘었던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삭감이 핵심이다. 코로나19 일시적 지출 증가를 줄이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즉, 이를 보고 비난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건전재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어색하다.

증액된 사회복지 사업의 핵심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연금 증액이다. 3개 사업의 증가액만 10조4천억원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 법적 의무 지출이다. 정책적인 증액이 아니라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난 증액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자동 증액을 ‘따뜻한 복지’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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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참사 막겠다더니 예산 줄여

정부가 자랑하는 복지지출 증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준중위소득보다 일정 비율만큼 소득이 낮은 수급자가 누리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복지 권리를 의미한다. 2023년 중위소득 기준을 높여서(5.47%) 기초생활보장 지출액이 늘었다는 것이 정부가 주장하는 ‘약자 복지’의 핵심이다. 그러나 2023년 중위소득 기준 증대는 2020년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한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오히려 올해 5%가 넘는 고물가 상황에서는 2020년 당시 정한 원칙보다 탄력적으로 높게 적용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기준중위소득 인상률보다 높다고 자랑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 시절의 낮은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쯤의 기준중위소득 인상 정도로 ‘약자 복지’를 실현했다는 주장은 좀 과한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도 ‘약자 복지’라는 말은 사회복지학계에서는 이제 거의 쓰지 않는 뒤처진 단어란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민 _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하는 타이핑 노동자.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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