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뒤 멈춘 대한항공 여객기 기체 일부가 파손된 모습. 173명의 승객이 탑승한 문제의 여객기는 기상 악화 탓에 막탄 공항에 착륙한 직후에 활주로를 이탈했다. 당국은 탑승자 전원이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공항은 잠정 폐쇄됐다. 연합뉴스
승객과 승무원 170여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심야에 악천후 속에서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여객기가 크게 파손됐다. 최종 착륙 전 이뤄진 두 번의 착륙 시도 과정에서 제동 장치(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 설명을 종합하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 내리던 대한항공 여객기 A330-300(항공편명 KE631)이 착륙 활주로를 이탈(오버런·over-run)했다. 대한항공은 “현지 기상 악화로 3차례 시도 끝에 애초 도착 예정 시각보다 1시간 가량 늦은 23일 밤 11시7분(현지시각)에 착륙했으나 활주로를 지나쳐 정지했다”고 밝혔다. 사고기에 타고 있던 승객 162명과 승무원 11명은 비정상 착륙 뒤 슬라이드를 타고 긴급 탈출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노약자 등 일부 승객은 공항 내 진료소(클리닉)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숙소 등으로 복귀한 상태다.
활주로 이탈은 브레이크 고장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기 기장은 현지에서 이뤄진 초기 조사에서 ‘두 번째 착륙 시도 실패로 다시 상승(고어라운드·Go Around)한 뒤 상공에서 브레이크 유압 장치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착륙 시도 때 강력한 하강 기류(윈드시어)가 항공기를 아래로 누르면서 항공기 바퀴와 지면이 거칠게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브레이크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것이다. 사고기는 브레이크 유압 장치 경고등이 켜지자 비정상 착륙을 위한 비상 선언을 하고, 관제 안내에 따라 세 번째 착륙을 시도했고, 충분히 감속하지 못한 채 내달리다가 활주로를 벗어났다.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세부 막탄 공항으로 향한 A330-300 항공기가 현지 기상 악화로 비정상 착륙했다. 사진은 실시간 비행기 추적앱 플라이트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표시된 사고 항공기 궤적. 사고기는 기상 악화로 2번의 고어라운드(Go Around·착륙 포기를 선언하고 재상승)를 한 뒤 3번째 착륙 중 충분히 감속하지 못한 채로 활주로를 이탈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두 차례나 ‘고어라운드’를 해야 했을 정도로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막탄공항에 착륙을 거듭 시도한 것이 적절했는지 등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착륙 시도 당시 공항 활주로에는 돌풍과 난류가 강했고 시계 확보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착륙 결정은 여객기 단독으로 할 수 없고 관제 결정에 따르는 것인 만큼, 필리핀 공항 쪽 귀책 가능성도 불거질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기체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 비상 착륙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부와 대한항공은 사고 원인 파악과 수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정책실장을 반장으로 한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 3명과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2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대한항공은 사고 발생 인지 후 24일 오전 1시에 경영층 주재로 총괄대책본부를 소집해 사고 상황을 파악했다. 또 대체항공기를 투입해 총 40여명의 인력을 현지로 파견했다. 탑승객들은 사고 뒤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로 이동하거나 본인이 예약한 호텔 또는 집으로 이동했다. 대한항공은 우기홍 사장 명의 사과문에서 “현지 항공 당국 및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조기에 상황이 수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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