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에스피씨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를 열어 한 참가자가 헌화한 뒤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장에선 10분마다 배합이 나오는데, 그 돈이 100만~200만원 한다. 회사는 이윤을 위해 배합 속도를 올릴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노동자가 속도를 늦추는 안전장치를 할 수 있었겠나.”
강규형 화학섬유식품노조 에스피엘(SPL) 지회장은 20일 오후 2시40분 서울 양재동 에스피씨(SPC)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에스피엘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 발언자로 나와 “작업을 빨리하라는 요구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속도를 줄이고 여유를 가지면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에스피씨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를 열었다. 한 참가자가 에스피씨 불매운동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추모행사는 지난 15일 에스피씨 계열사 에스피엘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에스피씨 본사를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에스피씨 본사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 헌화를 마친 후에 발언을 이어갔다.
공동행동 쪽은 이번 사고가 고강도 노동에 따른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공동행동 상임대표)는 “에스피씨 그룹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회사가 노동자를 감정이 없는 기계로 취급해왔기 때문”이라며 “이윤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안전을 돌보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에스피엘 공장은 사고 직후에도 배합기에 흰 천만 두르고 작업자들이 계속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합기의 안전장치도 스위치가 꺼져 있었다. 권 변호사는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면서 “회사가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않아서 고인이 죽었다”고 비판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추모의 글을 적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in.co.kr
밍갱(활동명)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사측의 부실한 안전대책에서 비롯됐다 명백한 산재”라며 “안전수칙 관리와 재발 방지에는 관심이 없고 이윤만 추구하는 에스피씨가 강력한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피의 젖은 빵을 먹지 말자’는 시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며 “에스피씨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추모의 벽도 설치했다. 추모의 벽에는 ‘사람 목숨이 빵보다 우선이어야 한다’, ‘에스피씨가 만드는 빵을 사 먹지 않겠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같은 시각 에스피씨 본사 앞 기둥엔 서울중앙지법이 전날 인용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고시장’이 붙어 있었다. 법원이 인용한 가처분 신청에는 파리바게뜨 노조가 에스피씨 그룹을 비판하는 총 59개의 표현이 담긴 현수막과 유인물 등을 본사 건물 1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파리바게뜨 노조도 그간 에스피씨 그룹을 비판하며 설치해 온 현수막과 천막 등을 치웠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