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다가오는 ‘가계부채 폭탄’ 어쩌나
다가오는 ‘가계부채 폭탄’ 어쩌나
최근 금리 인상폭이 커지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연합뉴스
요동치는 세계 환율·금리 다우지수는 새해 벽두인 2022년 1월4일 3만6799에서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3월16일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 0.00~0.25%이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0년 3월 이후의 제로금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연말 금리를 1.9%(예측 점도표 중간값)로 예상했다. 예측은 계속 빗나가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6월 9.1%에서 8월에 8.3%로 조금 낮아졌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 추세는 이어졌다. 연준은 5월5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이후 세차례 회의에서 계속 0.75%포인트씩 올렸다. 9월21일의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3.0~3.25%가 됐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플레이션에 의미 있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올해 말 금리 전망은 4.4%로 뛰었다. 올해 남은 두차례 회의에서 1.15%포인트 더 올린다는 예고다. 미국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은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에 0.5%포인트, 8월에 0.75%포인트 올려 합계 1.25%포인트 올린 데 머물렀다. 영국 중앙은행도 9월2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지만 2.25%로 미국보다 한참 낮다. 금리차가 벌어지는 만큼 달러 가치는 로켓이 치솟듯 오르고 있다. 유로와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에 견줘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2021년 말 95.67에서 9월26일 114를 넘어섰다. 상승률은 20%에 가깝다.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1440원을 넘어섰다. 29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실시간 환율이 표시돼 있다. 통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연합뉴스
한국, 실물부문 충격 아직 적지만 한국도 심한 물가고를 겪고 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도 2020년 말 연 2.79%에서 8월 4.76%까지 뛰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충격에 비하면 실물부문은 아직 큰 흔들림은 없다. 다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 후퇴로 광공업 생산이 줄면서, 전산업생산이 7월(전월대비 -0.3%)과 8월(-0.3%) 두달 연속 나빠지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날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순환변동치)도 지난해 7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8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만7천명 늘어나는 등 고용사정은 여전히 좋지만, 취업자수 증가폭도 조금씩 줄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가을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월19일 2.2%로 제시했고,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28일 1.9%로 제시했다. 그 정도 경기 하강은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 폭탄’이다. 금리 인상폭이 커지면서 가계가 입는 타격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정남구 _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