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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대구 수성구 아파트 계약률 ‘0%’…지방 분양시장 ‘빙하기’

등록 2022-08-31 05:00수정 2022-08-31 21:15

대구·울산 자치구별 계약률 0∼40% 그쳐
“선착순 동호수 지정에도 1주 한두건 계약 뿐”
활황기 ‘밀어내기 분양’에 ‘공급과잉’ 후유증
시행사 부도, PF대출부실 등 우려 커져
“미분양관리지역 등 공급 ‘속도조절’ 필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올 상반기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는 분양 시작 후 4개월간 들어온 계약신고가 0~3건에 불과했다. 1순위 청약 신청이 10여건에 그친데다 당첨자들도 대부분 계약을 포기했다. 건설사는 계약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등 당근을 꺼내며 ‘재고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울산 등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경고등’이 켜졌다. 올 2분기 대구 수성구와 남구의 신규 분양 계약률이 각각 0%, 2%에 그치는 등 일부 지역 분양시장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시장 활황기에 신축 인허가가 몰렸던 지역일수록 주택경기가 빠르게 꺾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270만호 공급계획’ 등으로 주택 인허가를 더 늘릴 계획이어서 지역별 공급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울산 자치구 한곳도 40% 못넘겨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입수한 ‘2분기 시군구별 아파트 초기분양계약률’ 자료를 보면, 6월말 기준 전국 8개 시군구의 아파트 초기계약률이 50%를 밑돌았다. 초기계약률은 분양이 시작된 이후 3∼6개월 동안의 계약률이다. 공사는 분기마다 광역 지자체별 초기계약률을 발표하는데, 시군구별 수치는 건설사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숫자가 70% 넘으면 분양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본다.

지역별로는 대구·울산지역 분양시장 한파가 뚜렷했다. 대구의 경우 그간 집값상승을 주도했던 수성(0%)·남(2%)구의 새 아파트 수요가 사실상 끊겼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매 분기 평균계약률이 95%를 넘기며 대구 주택시장의 활황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올 1분기(수성구 40%, 남구 83%) 들어 분위기가 식었다. 시장 활황이 시작된 2016년 이후 분기별 계약률이 ‘0’인 시군구가 나온건 이번이 처음이다. 달서(23%)·중(40%)구의 계약률도 2분기에 크게 꺾였다.

울산에서는 울주군의 초기계약률이 35%였다. 지난해에는 모든 단지가 분양 초기에 ‘완판’됐던 곳이다. 강원 평창군(22%), 충북 진천군(40%), 전남 장흥군(49%) 등도 분양실적이 저조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건설사들이 주택면적에 상관없이 정액 계약금을 받는 등 계약자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 분양업계 관계자는 “각종 혜택을 내놓아도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에서 한주에 1, 2건의 계약만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수도권 등에서는 2분기까지 분양 활황세가 이어진 곳이 많았다. 경기에서는 13개 시군 중 안성(85%)·평택(89%)시를 뺀 모든 지역의 계약률이 90%를 넘겼다. 부산·광주에서도 모든 아파트가 완판됐다.

■“공급이 능사 아냐, 속도조절 필요”

분양경기가 꺾인 곳들의 공통점은 최근 수년 새 주택공급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2019년(1만916채) 이후 매년 신규 입주 아파트가 늘어, 올해는 91% 많은 2만871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입주 물량은 20% 감소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장 활황기에는 지방 광역시에서도 구도심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했는데, 최근 지방부터 주택경기가 꺾이며 신규 분양분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멈추고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수요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분양경기의 급속 하강세는 건설사 부도는 물론 금융권의 대출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시행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켜 시공사에 공사대금 등을 지급한 뒤, 분양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이를 갚아가며 분양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초기 계약률이 20% 아래로 부진하면 인건비와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출해준 금융사와 공사금을 받아야 하는 시공사 등도 위험에 노출된다.

시장에서는 주택공급의 ‘속도조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향후 5년 간 전국적으로 270만채의 새 주택 인허가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에서도 총 52만채를 공급해 지난 5년(48만채)보다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과잉’ 상태에 정부의 인위적인 공급이 더해지는 셈이다. 조오섭 의원은 “주택공급에서 지방의 특성을 세밀히 파악한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시군구 단위로 분류하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도 동단위로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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