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서울 주택시장에서 입주한지 5년 안된 ‘신축’ 아파트값이 가장 먼저 꺾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활황기에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수요 등을 업고 신축의 몸값이 빨리 뛰었지만, 금리가 오른 최근엔 이들 단지 위주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 특히 신축 대단지가 많은 강동·송파구 등에서 급매물 출회와 시세 하락이 뚜렷하다.
25일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 1∼8월 서울의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 시세는 0.54% 떨어졌다. 입주 6∼10년 된 ‘준신축’과 10년 이상의 ‘구축’은 각각 0.86%, 0.69% 올랐다. 전체 연식 평균으로는 0.59% 올라, 다른 연식에 비해 신축 단지들이 먼저 떨어졌다.
반면 집값 급등기의 초반에는 신축이 다른 연식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2017년의 경우 서울 신축 아파트값이 1년 새 15.56% 뛰어, 준신축(12.68%)·구축(13.56%)을 앞질렀다. 이듬해에도 신축이 30.74% 올라 전체적인 급등세를 주도했다.
이 기간 신축 몸값이 뛴 데는 전세난과 저금리의 영향이 컸다. 입주물량 부족 등으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금이 뛰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높아진 신축 단지를 전세 끼고 사들이기가 쉬워졌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실수요도 생활여건이 좋은 신축 단지에 몰렸다.
반면 금리가 뛰는 올해는 기존에 갭투자로 여러 채를 사들였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던지는’ 분위기다. 특히 1000채 이상 규모의 재건축 대단지 입주가 많았던 강동·송파구 등에서는 지난 연말 고점 대비 10% 이상 호가가 떨어졌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2018년 입주)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지난해 9월 20억9000만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최저 18억원에 매물로 나온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2019년 입주)의 전용 84㎡ 역시 지난해 10월 최고 20억원에 손바뀜된 뒤 최근 호가는 17억원까지 내려갔다. 대단지에서는 급매물 한두개가 팔리며 시세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R114는 보도자료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기존 가격이 비싸던 신축이 가장 먼저 약세로 돌아섰다”며 “최근 정부의 270만호 공급계획 중 50만호가 서울에 배정돼 향후 더욱 뚜렷한 시장 안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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