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며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13일 개막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투자 계획과 관련해 “이자율과 원자재값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원래 계획에 잘 안 맞는 것들을 조정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투자 시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단지 투자가 지연된다는 얘기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에스케이그룹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조짐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가올 얘기였다”며 우려와 동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세계가 긴축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자율을 계속 내리고 돈을 풀어왔다”면서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더 생겨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체계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값과 곡물값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여태까지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급속히 가중하는 역할을 할 것 같다. 경기도 침체국면으로 흐를 것 같고, 내년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기업인들은) 위기는 항상 올 걸로 예측하며 살고 있다”면서 “그동안 숱한 사건들이 많아서 (한국 기업들은) 이런 쇼크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기업의 체질이 위기에 매우 강한 형태로 짜여져있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조언한 이야기와 연관해 발언했다. 최 회장은 “이 정부에는 챌린지(도전)가 상당히 많다. 그걸 하나씩 해소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원과 시간이 든다.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통합적인 정책들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면서 “규제개혁도 토끼를 한 마리씩 잡는 방식으로는 어렵고, 지방 활성화라든가 경제안보라든가 이런 문제들과 함께 섞어서 풀어나갈 될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고전과 관련해 “중국, 어렵네요”라고 운을 뗀 뒤 “한 달에 한 번 가던 곳인데 코로나 이후 3년 동안 한 번도 못갔다. 중국을 판단하고 평가하기가 좀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국은)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만큼 포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가능한 계속 협력하고 진전을 이뤄나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서는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살리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고 얼마나 희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인류가 답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그래서 이에스지는 무조건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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