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와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식'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가 후원했다.
6월16일은 가사노동자에게 특별한 날이다. 가사돌봄·아이돌봄·산후돌봄 등 가사 노동을 직업으로 하는 ‘가사노동자’들도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첫 날이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자협약(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을 채택하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을 선포한 지 11주년이 되어 맞이하는 성과다. 뿐만 아니다. 자조와 연대를 기치로 가사·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을 대변해 온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창립 10주년이자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약칭 가사 · 돌봄 유니온)’의 출범을 알리는 첫 날이기도 하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 무지갯빛 옷을 입은 가사노동자들과 노동계·정관계·시민사회·사회적경제 인사 10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는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가 후원했으며, ‘6·16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1부)’와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식(2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6·16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약칭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늘 세계 곳곳에서 가사노동자들이 캠페인과 집회를 열어 ‘우리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해달라’ 외치고 있다”며, “오늘은 우리 가사노동자들의 수고와 존재를 알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사근로자법이 본격 시행되는 첫 날임을 보고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사노동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보호받기 어려우며, 사회적으로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영미 대표는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의 사회적 권리와 노동권을 인정받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가사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그날까지, 우리의 직업이 할 만한 일이라고 인정받는 보통의 직업이 되는 그날까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모든 가사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16일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10주년 행사’에서 가사노동자들이 직접 연습해 준비한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출범한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에 둥지를 틀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축사에서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가진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막론해 법안에 동의하는 국회의원들과 연대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근로계약을 하지 않는 사각지대의 가사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까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장에 더 밀착된 법이 될 수 있도록 법의 제·개정과 제도개선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김동만 이사장은 “노동운동 30년이 넘었는데, 노조창립 분위기가 이렇게 밝고 좋은 것은 처음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부터 박탈당한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는 역사적인 날을 함께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사회적경제와 연대하며 협동조합·사회적기업 설립과 지원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축사자로 함께한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가사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정당한 대우를 받는 일에 사회적 경제 영역 차원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16일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10주년 행사’에 참여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이 가사근로자법 법안 발의와 제정을 위해 힘써 온 국회의원들에게 앞치마를 선물했다. 왼쪽부터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강은미 정의당 의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사근로자법의 제정에 앞장섰던 국회의원들에게 가사노동자들이 직접 앞치마를 선물하고, 입혀주는 깜짝 이벤트도 열렸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익적 가사서비스 제공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육성과 지원 대책을 담은 법안 발의 소식을 전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윤미향·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여해 축하를 전하며, “당사자들의 힘으로 만들어 낸 성과다. 행사장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희망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가사노동자들로 구성된 ‘행복싱어즈(김옥자, 김점순, 남궁경숙, 서미경, 송봉자, 이매순, 이송자, 임금순, 임영남, 정희자, 조영자, 지숙녀)’ 팀에서 원곡 ‘아빠의 청춘’을 개사한 ‘가사노동자의 마음’을 함께 부르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부 행사에서는 5월28일 설립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은 가사‧돌봄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복지 향상, 가사·돌봄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취약계층 돌봄서비스 확대와 이를 통한 안정적 일자리 창출 등의 목적으로 설립됐다. △플랫폼종사자 등 가사노동자 조직화 △상담 및 교육사업 △홍보사업(가사노동자 존중 캠페인, 일터 안전 캠페인 등) △정책사업(가사노동자지원센터 설치 요구) △연대사업 등의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2부 출범식 진행을 맡은 강금선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실장은 자리에 모인 가사노동자들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에게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활동과 노종조합으로서의 활동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어 힘든 일이 있을 수 있다”며,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 상호 도움과 지지를 당부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약칭 가사·돌봄 유니온) 출범선언문
가사·돌봄서비스 노동조합은 가사·돌봄분야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의 자조 조직이다. 우리는 가사·돌봄노동자들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및 근로조건 개선, 나아가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것이 진정한 민주·평등·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길임을 확신하며, 나 자신에게, 그리고 선배와 후배, 동료들에게 굳건한 단결과 연대를 약속한다.
우리는 전국의 가사·돌봄노동자들을 대신하여 다음을 요구한다.
1.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망을! : 전국민고용보험, 산재보험 즉각 적용
2. 우리에게 안전한 업무환경을! :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업무안전매뉴얼 배포
3. 가사·돌봄을 보통의 직업으로! : 직업훈련과 자격증 도입, 인식개선홍보
4. 모든 국민에게 돌봄을! : 가사서비스 이용권 제도 도입 및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