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에서 바라본 대통령 집무실 청사. 10일부터 청사 남쪽 잔디밭 등 용산공원 일부가 시범 개방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염물질) 노출시간이 2시간이면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봤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공원 체류시간이 2시간 넘어도 위험하지 않다.”(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
10일 시범 개방을 앞둔 용산공원의
토양오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원 조성 주무 부처인 국토부 내부에서도 오염 위험성을 두고 엇갈린 설명이 나오고 있다. ‘하루 이용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해 유해하지 않다’던 데서 ‘시간 제한은 오염과 무관한 조처’라며 말이 뒤집힌 것이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 옛 미군기지 터의 오염원과 오염 정도를 명확히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지난 7일 용산공원 사전공개 행사에서 “(시민들의) 공원 체류시간이 2시간을 넘어도 위험하지 않다. 개인별 체류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 것과 공원의 오염도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시간 제한을 뒀을 뿐, 토양오염은 시민 체류를 제한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잔디나 콘크리트를 까는 토사피복 조처로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는 부분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감조처를 해도 (오염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용산공원의 토양오염 실태를 조사한 정부 보고서 등이 공개되며 시민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가 적극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오는 10∼19일 열흘 동안 옛 미군 장군숙소, 대통령 집무실 남측구역 등 용산공원 10만㎡를 시범 개방할 예정이다. 오전 9시∼오후 5시 하루 다섯 번, 2시간마다 500명씩 매일 2500명의 시민을 입장시킨다.
10일부터 시범개방 될 용산공원 내 옛 주한미군 장군 숙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하지만 이날 김 단장의 설명은 국토부가 ‘체류시간 제한’에 대해 그간 내놓은 입장과 엇갈린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저감조처 없이 시범 개방을 하지만, 노출시간이 2시간이면 오염지역이라고 해도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국토부 관계자들 역시 “하루 2시간 안으로 공원을 이용하게 해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해왔다. ‘토양오염 정도를 고려해 탐방 시간을 제한했다’던 국토부의 말이 개방일이 임박하자 뒤집힌 셈이다.
정부가 지난달 시범 개방 일정을 돌연 연기했던 배경을 두고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토부는 개방 일정을 5월25일∼6월6일로 예고했다. 그러나 발표 하루 만에 개장을 돌연 연기했다. 화장실·차양막·벤치 등 ‘편의시설 부족’이 이유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20일 낸 보도자료에서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시범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가 공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런 시설은 개방을 사흘 앞둔 7일까지 배치되지 않았다. 스포츠필드 면적의 3분의 1을 덮을 예정이라던 그늘막은 1곳도 설치되지 않았고, 간이 화장실도 애초에 배치된 2곳 뿐이었다. 벤치나 휴지통 역시 탐방 시작 지점인 14게이트 주변 산책로 등에만 놓였을 뿐, 관람객들이 몰릴 대통령 집무실 앞 잔디밭 등에는 보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튿날인 8일에 이들 시설을 설치했다는 입장이지만, 환경오염 등 일정을 미룬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하루에 끝낼 작업을 위해 보름 이상이나 개방 일정을 미룬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오염원에 대한 정밀조사와 정화 작업을 마친 뒤 공원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오는 9월 공식 개방 전까지 오염된 토양에 대한 피복과 땅 속 유해증기 추출, 토양 제거 등의 정화 조처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옛 미군 숙소·학교·스포츠필드 등 공원 전역에서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3개월 동안 완전 정화가 어렵다고 본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한겨레>에 “앞서 용산기지 5분의1 규모의 캠프마켓 미군기지(인천 부평구)를 정화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기지 땅속엔 송유관·보일러 배관 등이 얽혀 있어 전체적인 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임시·시범 개방’ 등의 표현으로 법적 기준을 피하지 말고 기준치 아래로 오염을 없앤 뒤 시민들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