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1월1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가 22개월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1.25%)에 이르렀다. 이날 서울의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질국내총생산(GDP)이 0.9% 줄었다. 특히 민간소비는 5.0% 감소했고, 취업자 수도 22만 명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자영업자 보조금 지급 등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한국은행도 2020년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췄고, 같은 해 5월에 다시 0.75%를 0.5%로 낮췄다. 이에 힘입어 2021년에는 그나마 GDP 성장률이 4%, 민간소비는 3.5%, 취업자 수는 35만 명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리정책의 문제점은 부작용이다. 팬데믹 초기 정부의 금리 인하는 뜻밖에도 부동산 광풍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가격이 거침없이 오르자, 20~30대 청년층은 막차라도 타야겠다며 자산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에 거래된 아파트의 35~40%를 청년층이 매수했으며, 주식과 코인에도 신규 진입이 대폭 늘어났다. 자산 가격이 더 오르리라는 기대가 컸고 차입금리가 낮아 무리하게 대출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자산이나 부채는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하니 경제 규모 확대에 비례해 커지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의 생산 역량에 근거한 가치를 크게 넘어섰다. 이른바 ‘금융 불균형’ 현상이다. 이자 비용이나 손실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면서 과다한 부채를 끌어와 너도나도 ‘투자하기만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2019년 말 1600조원이던 가계신용은 2021년 9월 1845조원으로 250조원(15.6%)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이 27.3% 오르는 등 과도한 부채와 자산 가격 급등이 지속하자 한국은행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 수준의 금융 불균형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중국 경제의 위축이나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등으로 급작스럽게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채 축소가 진행될 경우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축소 등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CPI가 크게 오르면 저축이 줄어들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어 물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중기적 시계(2019~2022년)에서 CPI 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 이를 상회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낮추는데, 2020년 연평균 0.5% 수준에 머물던 CPI 상승률은 2021년 2분기에 2%대로 올라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3.7%를 기록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높아진 물가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상당 기간 3%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누적된 금융 불균형과 소비자물가의 높은 오름세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2021년 8월과 11월에 이어 2022년 1월에도 0.25%포인트씩 인상하면서 1.25%로 운용하기로 의결했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했음에도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머지않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가 인상되자 끝없이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변곡점을 지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주식이나 암호화페 자산의 가격이 조정받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연간 10조원 정도 늘어났으며, 1인당 약 50만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불어난 이자만큼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지출은 변동이 없을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을 사들인 일부 ‘영끌족’이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우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금리를 직접 변화시키며,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와 외환시장에서의 원화 가치 상승 등을 통해 유동성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또한 기준금리를 2020년 3월 종전 1.50~1.75%에서 0.00~0.25%로 급격히 내렸고 최근까지도 국채 매입 등으로 4.7조달러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에 2020년 3.4% 감소했던 미국의 GDP가 2021년 5.7% 성장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CPI가 2021년 11월 6.8% 상승한 데 이어, 12월에도 7% 상승해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2022년 기준금리를 수차례 올릴 것을 시사했으며, 2023년에도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풀렸던 글로벌 유동성은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연못에 물이 빠지면 가장자리부터 말라가듯 기초체력이 취약한 국가부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는 등 실물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추이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 금융전문가 goldhead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