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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소득 40%’ DSR, 저소득·청년·자영업자 영향 살펴야

등록 2022-02-03 08:59수정 2022-02-03 09:15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l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2021년 12월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 자영업자는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부채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결의대회’. 자영업자는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부채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가계의 은행권 대출금 합계가 2억원을 넘으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2금융권 50%)가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을 합한 총대출금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상환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연소득의 40%를 초과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마저도 2022년 7월부터는 DSR 적용 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축소된다. 이 조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금융·통화 정책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2021년 4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시행했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 DSR 비율 50%로 하향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차입자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DSR 적용 대상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항목별 적용’ 방식에서 ‘대출 총액’ 방식으로 전환하고, ‘만기일시상환’의 잠재적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분할상환’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대출이 상환능력 대비 과다 취급되지 않도록 DSR 산정 만기를 축소(신용대출의 경우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하고,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DSR 적용 비율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더해 실수요자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2022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대’의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DSR 도입은 2017년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시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다. 2018년부터 은행을 중심으로 시범운영했고 2019년에는 상호금융, 보험,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됐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시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차주별 부채와 소득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상환능력에 비해 대출이 과도(과소)하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DSR 도입 이유로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규제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유럽은행감독청(EBA) 등이 채무상환 여력을 대출심사의 중요한 원칙으로 고려한다는 점도 거론했다.

DSR 도입이 소비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은 2021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관련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가계부채 데이터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는 DSR 임계수준이 45.9%로 2021년 3월 말 평균 DSR(36.1%)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차주별 DSR 40%를 적용하더라도 대출받은 사람의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하거나 경기침체를 촉발할 위험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입자 비중은 전체의 6.3%에 불과하지만 저소득층과 20~30대 청년층은 각각 18.4%, 11.3%에 이른다. 게다가 금리 인상 등으로 DSR가 큰 폭으로 상승(8%포인트)하는 경우를 가정해 임계수준 초과 차주의 비중 변화를 추정하면 고신용·고소득층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저소득·청년층은 임계수준을 넘어서는 비중이 각각 27.7%, 19.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영업자도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부채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1년 9월 말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3.5억원)는 사업자금 조달 등에 따라 임금노동자 등 비자영업자(0.9억원)보다 많다. 자영업자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69.3%)은 비자영업자(55.7%)보다 높으며, DSR(37.1%)도 비자영업자(31.0%)를 상당폭 상회한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 원리금 상환유예가 예정대로 2022년 3월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DSR(41.3%)은 상당폭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숙박·음식(52.2%), 스포츠·여가(56.1%), 개인서비스업(65.9%) 등에서 DSR가 높을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발생과 재확산, 사회적 거리 두기 재강화 등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조정될 경우 채무 상환능력이 줄어들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DSR 규제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내외 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2022년 미국은 기준금리를 서너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은행도 2021년 8월과 11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씩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상환능력 중심의 DSR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저소득·저신용 갭투자자, 다주택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면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자기자본 대비 차입 비율에서 차입 비율을 낮추는 것)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가계소비가 줄어들 경우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위축되고 다시 가계소득을 축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DSR 도입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영향, 기준금리나 환율 변동, 부동산시장 위축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용 금융전문가 goldhead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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