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과소 추계 있을 수 없어…초과세수, 소상공인 지원 활용”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과 세수가 무려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면서,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한 기재부 책임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은 대규모 초과 세수의 배경으로 기재부의 ‘의도적인 세입 축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내년 예산 증액을 위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세수 전망 실패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기재부로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부는 16일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올해 초과 세수는 현시점에서 추경예산 대비 약 19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이 전망치를 지난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15일 여당에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 세수 규모를 공개하며 기재부를 압박하자, 마지못해 전망치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추경 당시 31조5천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해 이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또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고 전망한 것이다. 특히 최근까지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초과 세수 규모를 “10조원대 초반”이라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연이은 세수 예측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기재부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기재부는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발표대로 19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올해 국세수입은 333조3천억원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역대 최고 규모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2021년 본예산안에서 올해 국세수입을 282조8천억원으로 전망했다가 올해 7월 추경 편성 때 314조3천억원으로 수정해 11.1% 오차율을 보였다. 여기에 추가로 19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오차율은 17.9%(50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0년대 이후 최대 세수 전망 오차율이다.
기재부는 “초과 세수를 최대한 올해 안에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 등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는 여당 주장대로 내년 예산 증액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전망을 잘못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을 따라야만 한다”며 “내년도 예산 적자 규모가 55조원에 달해 (민주당 주장대로) 재정 지출을 더 늘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가 세수 전망 오차로 모양을 구긴 처지여서, 여당의 증액 요구에 제대로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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