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임업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왼쪽 셋째)가 ‘산업환경과 구조변화: 전환과 재편 사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코로나가 드러낸 현대 문명의 약점 중 하나는 감염에 취약한 대도시다.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좇아 인구가 밀집된 탓에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위기에 취약한 구조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코로나 이후의 대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1일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행사로 열린 ‘산업환경과 구조변화: 전환과 재편 사이’ 세션은 코로나 위기에 취약성을 드러낸 대도시를 어떻게 바꿔나갈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서울연구원과 함께 마련한 이 세션에서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발제에 나선 김묵한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양화를 통해 서울의 지속성장 기반은 확대되고 있다”며 “플랫폼 경제, 디지털 전환, 순환 경제, 포용성장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려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의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기에는 가장 번영하는 도시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다. 불평등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협한다”며 “서울의 강남 집중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고 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는 “대도시에서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공유, 조합, 학습 등 혁신의 기본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혁신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공공 플랫폼을 통해 자원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 코로나를 만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초연결 사회가 일터와 삶터의 모습을 크게 바꿔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승자와 패자도 극명하게 나눈다”고 진단했다. 초연결은 개별화된 삶의 방식을 가속화하고 소득 격차도 확대한다. 이는 도시의 사회·보건·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임업 연세대 교수(도시공학)는 “코로나 충격이 작은 지역이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코로나 회복 여부는 일자리 회복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충남의 석탄발전 시설이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될 경우 서울은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서울의 경제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탈탄소 시대에 서울과 다른 지역의 협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주재욱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쾌적한 도시 생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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