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사격 대표팀 한대윤이 2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을 4위로 마친 뒤 장비를 벗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세계랭킹 36위의 ‘늦깎이 사수' 한대윤(33·노원구청)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결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메달 확보에는 실패했다.
한대윤은 2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리웨훙(중국)과의 슛오프 끝에 1히트 차이로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한대윤은 앞서 열린 본선에서 합산 585점(평균 9.750점)을 기록해, 26명 중 최종 순위 3위로 결선행을 확정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사격 종목에 결선 제도가 도입된 이후 25m 속사권총에서 6명 안에 드는 결선 진출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사격 25m 속사권총은 정해진 시간 안에 5개의 표적에 총알 5발을 연달아 사격하는 종목이다. 결선은 9.7점 이상에 맞으면 히트로 1점을 얻고, 9.7점 미만이면 점수를 얻지 못한다. 3시리즈로 진행되는 첫 스테이지 이후 두번째 스테이지부터는 5발씩 쏘는 시리즈마다 최하위 점수를 얻은 사람이 탈락한다.
한대윤은 결선에 올라 1∼3시리즈에서 각각 3점, 5점, 4점을 쏴 첫 스테이지를 선두로 마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후 4시리즈 3점으로 3위로 내려왔다, 5시리즈에서 4점을 쏴 공동 2위로 올라섰다. 4명만 남은 6시리즈에선 3점을 쐈다. 결국 22히트로 공동 3위인 리웨훙과 펼친 슛오프에서 다시 3점을 쏴 1히트 차이로 패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선수로는 25m 속사권총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이전까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8위를 기록한 김서준(개명 전 김준홍)이 최고 성적이었다. 결선 시행 이전에도 1984년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한 양충렬이 최고 순위였다.
중학교 때부터 사격을 시작한 한대윤은 29살(2017년)에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됐다. 그러나 같은 해 근육이 신경을 눌러 생기는 손떨림 증세로 사격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2년 간 수술과 재활로 사격 선수에게 치명적인 손떨림 증세를 극복한 한대윤은 2019년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어 33살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아 결선까지 진출해 한국 사격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편, 이날 금메달은 직전 대회 챔피언인 크리스티안 라이츠(독일·34히트)가, 은·동메달은 레우리스 푸포(쿠바·29히트), 리웨훙(26히트)이 각각 차지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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